울산의 미래 시민 손에 달렸다
울산의 미래 시민 손에 달렸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1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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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첼시에 가면 빼놓지 않고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하이라인 파크’다. 이 공원은 평범한 공원이 아니다. 옛 철도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아주 특별한 공원이다. 이 철도는 1930년대까지 화물 운송을 위해 지상 9m 높이에 세워졌다. 철도의 기능이 다해 철거할 예정이었지만 시민들은 완전 철거를 반대하고 시민공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총 2.4km에 이르는 ‘하이라인 파크’는 이제 뉴욕의 명물이 됐다. ‘하이라인 파크’는 공원을 만들 때 ‘프렌즈 오브 하이라인’이라는 민간단체가 주도했다. 뉴욕시는 기본적인 지원금을 줬고 이 지원금을 바탕으로 민간단체는 시민들에게 ‘하이라인 파크’ 건립을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섰다.

이 공원의 성공이 시사하는 것은 결국 도시의 발전을 결정하는 것은 시민의 관심이라는 점이다. 도시의 시설물이나 공원, 심지어 도로까지 모든 것은 시민을 위한 것이지만 시민들은 ‘우리는 세금을 내고 있으니까 모든 것은 관공서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관심을 버린다. 여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럴 경우 시민들은 자신들이 이용할 모든 시설물들에 대해 자기의 생각을 보탤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관공서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일괄적으로 투입해서 사업을 펼치는 것 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주머니에서 1천원을 기부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일에 시민의 뜻이 반영되고 시민의 관심과 애정이 모이는 일을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이 소홀하게 다루지 못할 것이다.

규제나 법집행이 아닌 비전과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형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시민의 참여는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하이라인 파크’ 뿐만 아니라 뉴욕의 ‘센트럴 파크’도 뉴욕시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하이라인 파크’는 ‘프렌즈오브 하이라인’, ‘센트럴 파크’는 ‘센트럴파크 컨저번시’라는 NGO가 뉴욕시와 협약을 체결해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 NGO에서 약 3천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울산은 지금 울산대공원과 태화강대공원 등 대규모 도심공원을 확보하고 있다. 십수년 동안에 이 공원들은 생겨났고 울산의 도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러나 이 공원들은 모두 관공서에서 관리하고 경영한다. 시민들은 참 편하다. 행정기관이 만들어주면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거기에 진심 어린 애정이 담길 수 있느냐는 곰곰이 떠져볼 일이다. 시민들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적은 돈이지만 기부를 하고 자신의 관심으로 새롭게 바뀌어 나가는 모습을 본다면 그 공간에 대한 주인의식은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우리는 아직 더 많은 시민 시설이 필요로 하다. 이미 착공한 태화루가 그렇고 부지를 물색 중인 시립미술관이 그렇다. 태화루는 기업이 거금을 내놓았지만 그 공간의 현대적 활용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돈을 기부하지 않더라도 의견을 기부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미술관은 비교적 늦게 생기는 시설물이지만 이왕 만들 거라면 세계적인 ‘물건’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여기에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기금을 모으고 관심을 모아야 한다.

또 산업기술박물관의 울산유치에도 더 깊은 성원이 있어야 한다. 시민들이 모두 앞장선다면 이것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지식경제부가 미군부대가 이전하는 용산공원에 국립 산업기술박물관을 짓겠다고 했지만 용산공원 개발 주체인 국토해양부가 난색을 표명한 이상 수도권 유치론이 힘을 잃게 됐다. 수도권이 아니라면 당연히 국가 산업을 이끌어온 울산이 적지다. 그런 사실을 시민들이 인식하고 나서야 한다. 산업기술박물관은 우리 당대의 호사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제적 도시로 성장시켜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울산을 물려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이제는 굴뚝이 필요 없는 산업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동안 울산이 공업 위주의 경제발전을 이뤘다면 그 과정을 문화콘텐츠로 활용해 산업박물관에 담아내야 하고 과학기술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전수해 미래 산업의 주역으로 키워내야 한다. 또 세계적으로 특이한 시립미술관을 만들어 그곳을 문화교육기관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의 울산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 아직 산업콘텐츠 유치에만 신경을 쓰고 매달린다면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 울산은 도태된 도시로 전락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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