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기업 부도 도미노 막아야
향토기업 부도 도미노 막아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1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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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향토기업 한 곳이 또 자금압박을 견디다 못해 부도사태를 맞았다. 올 들어 지역의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부도를 맞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터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부도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남구 매암동에 사업장을 둔 플랜트업체인 대봉아크로텍(주)이 지난 13일 부도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3월 동종 업체인 (주)일성에 이어 두 번째다.

지역의 중견 원전 플랜트업체인 대봉아크로텍은 연매출이 1천억원을 넘는다. 고용 인원도 180여명에 달한다.

이런 기업이 유럽발 재정위기와 업계의 저가 수주 경쟁을 버티다 못해 결국 부도가 났다. 그것도 1차로 돌아온 어음 10여억원을 막지 못해서다.

대봉아크로텍은 1992년 설립돼 승승장구했다. 대봉아크로텍은 2010년 8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국가핵융합연구소(NFRI)와 450억원 규모의 열차폐체 설계 및 제작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열차폐체는 핵융합 반응시 실험로의 초전도 자석에 전달되는 복사열을 최소화해 영하 193도의 극저온 상태와 핵융합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핵심 장치다.

대봉아크로텍은 이에 따라 국내에선 유일하게 ITER에 적용될 진공 용기와 저온 용기 열차폐체에 대한 제작과 공급을 맡았다. ITER은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등 7개국이 핵융합 반응을 통한 대용량 전기 생산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해 2040년까지 총 65억 유로를 투자해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핵융합실험로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EU가 총사업비의 45%를, 한국 등 나머지 국가가 9.09%씩 분담하고 핵융합실험로의 주요 장치 86개도 회원국별로 할당 제작해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추진돼 왔다.

대봉아크로텍이 수주한 열차폐체는 우리나라 국가핵융합연구소가 ITER에 공급할 초전도 자석, 진공 용기 및 본체, 삼중수소 저장 및 공급 시스템 등 10개 품목 가운데 조립장비류와 함께 유일하게 독점 공급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렇게 잘 나가던 중견 업체가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지금의 사정은 이 회사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울산지역의 플랜트 업체들이 자금 압박 등 경영 악화로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부도처리 되는 등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현재 지역에서 최근 2년 사이에 4개의 향토 플랜트업체가 대기업에 인수됐고 1개 업체가 최종 부도처리 됐다.

올 초에 연매출 2천억원 대의 지역 중견 플랜트 제조업체인 일성이 자금압박으로 결국 최종부도 처리됐다.

수주에 의존해야 하는 플랜트 업계 특성상 경기의 흐름에 따라 흥망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플랜트 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가 수주에 따른 출혈경쟁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대봉아크로텍까지 부도로 이어졌다.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다수 업체와의 과다 경쟁, 저가 수주에 따른 제살 깎아먹기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망기업들이 줄줄이 부도를 맞고 있다.

지역 상공계도 지역 플랜트업체들의 잇따른 합병·부도로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들 플랜트 업체들은 직원 1~2명으로 시작해 연매출 1천억원 이상의 중견 업체로 성장한 ‘자수성가형’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역 상공계는 더욱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지역 플랜트 업체들이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도산하는 사태를 막고 대·중소기업이 조화롭게 동반성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정부와 울산시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래야 지역 중견기업들의 부도 도미노 사태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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