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 재정립돼야
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 재정립돼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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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대형마트들이 지난 일요일 정상 영업을 했다. 지난 5월 둘째 주 일요일(13일) 의무휴업을 시작한지 3달 만의 일이다. 울산지방법원이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북구를 상대로 낸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조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 들였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유일하게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등 대형유통업체의 의무휴업조치를 시행하던 북구마저 제한이 풀려 당분간 제한 조례는 유명무실하게 됐다.

지난 6월 대형마트와 SSM 업체들이 서울 강동·송파구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서울 행정법원이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형할인마트 영업규제 조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대형 유통업체의 강제휴무일과 영업제한시간을 조례로 못 박는 것은 유통산업발전법의 제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지역사정을 감안해 대형 유통매장의 영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줬을 뿐 조례로 확정짓는 권한을 준 것은 아니라는 게 그 이유였다. 또 영업제한을 당하는 상대방에 사실을 사전통지하고 의견을 묻는 이의신청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이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대형할인마트 영업규제 조례가 이렇게 사문화(死文化)되다시피 한데는 무엇보다 조례추진 주체의 성급함 탓이 크다.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지자체 의회들이 조례를 제정한 곳도 있다. 특히 진보 시민단체와 야권, 재래시장 상인회 등이 재래시장과 골목시장 보호에만 지나치게 집착해 법 제정 절차와 조건을 무시한 채 조례제정을 밀어붙인 것이 화근의 단초다. 그 결과 규제에 기대를 걸었던 영세 상인들과 재래시장만 헛물을 켜게 됐다.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을 제한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재래시장과 대형유통업체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편향적인 규제는 안 된다. 한 달 중 반드시 둘째, 넷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한다든지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8시까지 영업을 규제하는 조치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주장만 반영한 것이다. 법원들이 규제조례에 제동을 걸어도 소비자들이 밋밋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법으로 아무리 보호해도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게 시장원리다. 향후 규제조례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재정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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