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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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앞두고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윤동주(尹東柱)를 기리는 문화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윤동주의 해’라고 할 만큼 윤동주 시인에 관한 다양한 조명이 시도되고 있다.

짧지만 드라마틱했던 그의 인생사는 근대 가무극과 장편소설로 되살아나고, 영인본과 유물을 만날 수 있는 문학관도 건립됐다. 그는 식민지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민족에 대한 사랑과 독립의 절절한 소망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견주어 노래한 민족 시인이자, 후대에 가장 친숙한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윤동주 ‘별 헤는 밤’ 중에서)

1941년 산문형식으로 씌어진 이 작품엔 어린 시절의 애틋한 추억을 되새기며 조국의 광복을 간절히 염원하는 열망이 담겨 있다.

시인은 가을밤을 배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표현했다. 도도한 물결과도 같은 내재율(內在律)을 지니고 있어 읽는 이와 듣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시인이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것은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이다. 그런데 연희전문학교가 있던 자리, 서울 종로구에 시인을 기리는 문학관이 들어섰다.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는 윤동주 시인은 재학 시절 세종마을(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金松) 집에 하숙하며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쓰여진 시’ 등 소중한 작품을 남겼다.

이러한 인연으로 종로구에서는 ‘윤동주 브랜드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지난 2009년 인왕산 자락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조성한 뒤 윤동주 시 낭송회, 백일장, 문학둘레길 걷기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쳐 왔다.

지난달 25일 문을 연 ‘윤동주 문학관’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있는 청운공원 일대의 쓰지 않는 가압장과 물탱크를 활용, 윤동주 시인의 시 세계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문학관은 시인의 사진자료와 친필 원고 영인본을 전시한 ‘시인채’,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해 중정(中庭)을 조성한 ‘열린우물’, 시인의 일생과 시 세계를 담은 영상물을 전시한 ‘닫힌우물’로 구성됐다.

윤동주 시인은 평생 단 한 권의 시집만을 사후에 출판했을 뿐이지만,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일본 유학 중이던 그는 1945년 민족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 투옥돼 생체실험으로 의심되는 정체 모를 주사를 맞으며 고통을 당하다 27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의 유해는 3월 6일 문재린 목사의 집례로 북간도 용정 동산의 중앙장로교회 묘지에 안장됐고, 그 해 6월 그의 무덤 앞에는 집안사람들의 정성으로 ‘시인 윤동주지묘’라는 비석이 세워졌다.

이후 31편으로 발간된 유고 시집은 초간본 이후 판을 거듭 증보해 이제는 128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이를 연구한 학술논문과 책도 쏟아졌다. 1968년 11월에 유작 ‘서시’가 새겨진 시비가 모교인 연세대 교정에 건립됐으며 정부는 시인의 공훈을 기려 1990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

윤동주. 그는 일제 식민지에서 수많은 내적 갈등을 겪으며 지식인으로서의 고뇌를 아름다운 시로 남긴 우리의 대표 시인이다. 일제강점기에 짧게 살다간 젊은 시인 윤동주. 그는 어둡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 인간의 삶과 고뇌를 사색하고, 일제의 강압에 고통 받는 조국의 현실을 가슴 아파하고 고민한 철인(哲人)이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바라본 그의 문학관은, 하늘로 뚫린 작은 우물 같은 모습이다. 시 ‘자화상’에서 우물 속에 비친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가다, 그 사나이가 가엾어져 다시 우물로 돌아오던 시인 윤동주. 뒤 늦게 마련된 그의 문학관을 돌아보고 나니, 시와 삶 속에 녹아들었던 그의 고뇌가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다.

<김부조 시인·동서문화사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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