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문화의 거리, 감성으로 소통하는 느림의 거리로
중구 문화의 거리, 감성으로 소통하는 느림의 거리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0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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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국 어느 도시를 가든 깨끗하게 정리된 거리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깔끔히 정돈되었다는 느낌 뿐, 그 밖의 볼거리나 흥미 요소를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 도시만이 갖는 문화적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중구는 최근 일부 지역을 ‘문화의 거리’로 지정해 원 도심 재생과 함께 도시환경을 브랜드화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정한 문화적 요소를 거리와 연계시켜 특화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중구는 유·무형의 역사적, 전통 문화적 소재가 많은 지역이므로 문화 특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풍부하다. 하지만 그러한 소재를 보존하고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재미있는 감성의 거리로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건축물이 차분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건물의 외형적인 색상이나 형태 속에 시대적 전통과 통일감에 따른 아름다움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도심 상가나 주택단지 등 권역별 건물 높이 규제에 따라 형성된 원경과 근경이 있는 스카이라인이 편안함을 준다.

또 거리에 설치된 사인·간판이나 벤치는 규모와 위치, 색상에 따라 통일성이 있게 배치돼 있어 안정감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모든 풍경이 천편일률적이진 않다. 비슷한 규모로 통일성을 부여하되 집집마다 다양성을 즐길 수 있도록 개성 있는 거리 가구들을 이용하고 있다. 이렇듯, 방문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물질이 아닌 감성이다.

중구문화의 거리 조성도 먼저 오감을 자극하는 재미와 매력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 산업화로 퇴색된 거리를 재생하고 치유하는 작업이 우선이겠으나, 무엇보다 중구만의 문화 콘텐츠가 담겨있는 특화거리가 돼야 한다.

◇느림의 미학이 있는 거리

우리는 외국의 고풍스러운 거리, 이름난 유적지에 가서도 일명 ‘인증 샷’만 찍고 급히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기기 일쑤다. 이러한 습관은 도시의 외관만 주목하게 할 뿐, 진정한 본질과 아름다움은 간과하도록 만든다. 그렇기에 우리가 거리를 음미하면서 ‘탐험’ 할 때만이 그 거리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방문자들이 접하고, 느끼고,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느림의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거리 곳곳에 발길을 멈추고 숨을 돌릴 수 있는 휴식 공간은 물론, 사색을 이끌어내는 전시물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느리게 걷고 느리게 생각하는 거리는 평소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느끼게 한다. 느림의 미학은 여행의 공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명상의 공간으로서 거리를 껴안을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중구문화거리도 사계절의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자연의 거리로 오랫동안 보고, 듣고, 음미하는 거리가 돼야 한다.

◇상징적인 색채의 거리로

세계의 손꼽히는 도시들을 거닐 때, 우리는 그 도시만의 색채를 경험하게 된다. 북경의 붉은색, 뉴욕의 회색과 검정색, 영국 런던의 빨간색, 그리고 파리의 무채색 등 그 도시의 색상은 방문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그 도시를 오래도록 기억케 한다. 중구문화의 거리도 마찬가지다.

도시색채를 구성하는 요소는 기본적으로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과 기후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과거에는 자연 그대로의 색채가 그 도시를 지배했던 반면, 도시문화가 발전할수록 문화적, 의식적으로 상징화된 색채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자연과 도시문화 발전에 의해 얻어진 색채는 더욱 정제되고 조화로운 도시색채 생성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도시색채는 도시의 정체성 형성, 전체적인 이미지 구축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중구도 이런 요소들을 중심으로 적절한 문화 거리의 색채를 선정해야 한다.

도시 공간 경쟁력의 핵심으로 특색 있는 문화를 설정한 이상, 여기에 걸맞은 ‘문화+거리공간정책’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구의 안정적인 지원 아래 실질적인 문화거리 프로젝트팀을 구성, 고유한 도시 경관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우고 다양한 도시 문화 활동을 담아낼 수 있는 공공 디자인을 기획해야 한다.

또 차별화된 문화프로그램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감성, 느림, 색채.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앞세워 중구만의 개성이 담긴 문화거리를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구민과 방문자들이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창의적 예술 행위 공간, 그것이 바로 중구문화거리의 새로운 청사진이기 때문이다.

이규옥 울산대 디자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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