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공정해지면 우리 삶이 좀 나아질까?
올림픽이 공정해지면 우리 삶이 좀 나아질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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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열기가 뜨겁다. 우리나라 대표 팀의 선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실제론 ‘흐뭇’이란 표현보다 열광의 도가니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시민들이 새벽잠까지 반납하고 메달 시상대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를 들으면서 선수만큼이나 감동스러워 한다. 외국올림픽 선수들이 자유로운 개인 자격이라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개인이 아니라 말 그대로 국가를 대표한 국가주의의 총아인 듯한 느낌이 든다. 국가주의든 스포츠상업주의든 선수들이 노력하고 열심히 뛰는 모습만큼은 감동스럽다.

하지만 가끔 이런 감동마저도 유럽이나 일부 강대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의심이 드는 오심 판정 때문에 무너지곤 한다. 특히 펜싱경기에 나선 신아람 선수의 ‘너무 긴 1초’ 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오심의 피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닌 것 같다. 복싱에서는 미국선수에게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받은 인도선수의 승리가 시합종료 5시간 만에 패배로 뒤바뀐 사건이 있었다. 올림픽의 이런 불공정은 근대 올림픽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 올림픽에서도 이런 불공정함은 항상 존재했다.

다른 나라 선수를 비싼 돈으로 매수해 자국 선수로 출전시킨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도 있었고 로마의 폭군 네로 같은 이는 자신의 부하들을 출전시켜 자신이 우승을 차지하는 부정을 저지르기도 했다. 고대나 지금이나 올림픽에 이런 불공정이 다반사로 있었다고 해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피해를 보는 쪽이 우리나라라고 생각하면 더욱 분노가 끓는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올림픽 보다 더 심한 반칙과 불공정이 존재하는데 왜 하필 우리는 올림픽의 불공정에 더 분노하는 걸까. 아마 ‘최소한 스포츠는 공정해야 한다’, ‘세상일이 공정하지 않으니 스포츠라도 공정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의식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런던 올림픽의 불공정에 분노하고 있을 때 정말 우리가 분노해야할 불공정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장근로자들이 용역들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안산에 있는 SJM이란 회사에서 용역회사 직원 300여명이 파업 중인 이 회사 근로자 150여명을 무참히 폭행했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신문기사를 보면 무장한 용역회사 직원들이 공장 후문을 통해 공장 안으로 진입해 이른바 ‘토끼몰이’ 작전을 개시했다고 한다. 당시 비무장 상태로 공장 안에서 농성을 벌이던 조합원 150여명은 용역들을 피해 긴급히 공장 2층 사무실로 이동했고 용역들은 조합원들이 몰려있는 2층으로 올라가 노조원들을 진압봉 등으로 무차별 폭행하고, 쇠붙이 부품과 소화기 등을 마구 집어던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34명이 얼굴과 머리·다리 부위에 골절상 등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당시 노조원이 112 신고를 했음에도 출동한 경찰들이 이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폭력을 막아야하는 경찰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용역 깡패들을 처다만 보는 해괴한 직무를 유기를 범환 셈이다.

용역들에 의한 폭행은 여러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약자들이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지키기 위해 싸우는 현장이다. 하지만 더욱 마음 아픈 일은 이런 용역회사 직원들이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나온 아르바이트 젊은이란 점이다. 재벌과 기업주의 불공정, 그리고 정부의 편파판정으로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고통으로 신음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깡패가 되어야하는 우리의 현실이 런던 올림픽에서 심판들이 좀 더 공정해 진다고 뭐 달라지겠는가? 신아람 양의 경기 때 레퍼리를 본 독일인 하이데만의 오심에 대해 ‘신상 털기’하는 정도만이라도 불공정한 우리사회에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이데만에게 악풀 달듯이 불공정한 기업과 정부에 악풀을 달고, 신아람 양의 눈물에 함께 안타까워하듯이 사회 곳곳에서 흘리는 우리들의 눈물에 우리가 함께 안타까워해야 하지 않을까.

<권필상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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