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사회학
올림픽 사회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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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때문에 잠 못 이룬다. 열대야로 뒤척이는 김에 올림픽도 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낮 시간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현상은 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그럴 터이니 괘념치 않아도 될 듯하다. 4년에 한 번씩 있는 세계인의 축제에 우리가 비껴 앉아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거기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은 한여름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기 충분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 민족은 참으로 대단하다. 물론 종반기에 육상 등 다른 국가가 기대를 걸고 있는 종목이 많이 남아있지만 7일 오후까지 한국은 금메달 11개, 은메달 5개, 동메달 6개를 획득했다. 당초 금메달 10개 획득이라는 목표치를 일찌감치 달성했다. 금메달 획득 숫자로 따지는 등수로는 세계 4위다. 한국이 대단하다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올림픽에서 자웅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 개최국인 영국에 이어 네 번째라니, 러시아와 독일, 프랑스와 일본을 제치고 4위라니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그러나 우리는 이번 올림픽 성과의 이면에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정서를 냉정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과서 같은 이야기지만 올림픽에서 얻고 있는 승리의 쾌감에 도치해 미처 느끼지 못했던 문제점이 우리 사회가 언제나 안고 있는 현안들이니만큼 거시적 안목의 사회적 통찰이 필요하다.

올림픽에서 순위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의 생각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순위는 금메달 획득 순서가 아니라 전체 메달 획득 순서로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와 셈법이 다르다. 여기에서 우리는 무조건 1등만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뒤돌아 봐야 한다. 모두 1등만 바라보며 혼신을 다한다면 사회의 경쟁구조는 끝을 보기 힘들다.

한 술 더 떠서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는 국가간의 순위 쟁탈을 부정한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개인의 성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올림픽 정신이 국가간의 경쟁이 아니라 인류 화합을 우선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경제강국들이 메달 획득의 상위권을 점유하는 현상은 초창기부터 비롯됐고 여지껏 대부분의 메달을 선진국들이 독점하는 양상에서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어쩌란 말인가. 이들의 생각을 배울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이번 런던 올림픽을 보면서 느낀 느닷없는 자괴감이 있다. 메달 수여식 도우미들의 용모에 대한 생각이다. 우리는 마치 미인대회를 거치듯이 도우미를 선발해 젊고 몸매 좋은 여인을 뽑았다. 그것은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런던은 달랐다. 나이도 상관이 없었고 몸매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어떤 기준이었는지 모르지만 다양한 계층의 여인들이 도우미로 나서는 모습을 보며 최소한 ‘영국의 국민들은 여성을 상품화 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놀랍고도 부러운 일이다.

나의 어린 아들은 종일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에 빠질 수 없다. 초등학교 4학년인 그 아이는 방학숙제와 학원숙제, 학습지, 화상영어에 시달리다 시간만 되면 피아노 학원과 바둑학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학상자를 끼고 놀 시간이 없다. 무슨 까닭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또래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까 두려운 부모의 조바심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 쯤 영어로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기를 바라고, 가능하다면 중학교 수학도 끝내주기를 바라는 것은 도대체 언제부터 생긴 교육현상인가. 서울 강남의 학부모들은 어린 학생들의 하루 일정을 초단위로 관리한다지 않는가.

대학은 취업을 위한 전문 기술 교육원처럼 변질됐고 학생들은 취업이 지상 과제인 것처럼 새벽부터 도서관에 장사진을 친다. 개성은 뒷전이고 학문은 개뼈다귀다. 사랑도 취업 이후로 미루고 오로지 취업을 위해 젊음을 바친다. 이게 바람직한 인간살이라고 할 수 있는가.

또 최근 여성사원을 뽑는 기업들의 최우선 고려항목이 외모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외모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엄연히 알면서 아직도 신입 여사원을 뽑으며 외모를 따지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국제적 망신거리다.

우리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할 때 느끼는 희열은 4년간 피땀 흘린 선수들에게 보내는 갈채로 대신해야 한다. 그들의 인생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었다. 얼마나 훌륭한 성과인가. 그러나 매일 금메달 개수를 집계하는 관행은 이제 바꿀 때도 됐다. 입만 떼면 선진국이라고 떠들어댄다면 사회적 역량을 채우는 것부터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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