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소나무, 우리가 살려야 한다
죽어가는 소나무, 우리가 살려야 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0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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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섭씨 35。가 넘는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8월 3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총 512명이고, 계속되는 더위에 가축들이 폐사하여 농축산가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고들 했지만 이제 ‘뚜렷한’이란 표현을 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온대기후에서 점점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고, 봄과 가을은 여름과 겨울이 되기 전 잠깐 스쳐가는 계절로 인식될 정도다.

아열대기후로 변해가고 있는 현실은 우리 주변의 등산로에서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피어나는 개나리, 진달래는 차치하고 등산로 주변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말라 타들어가는 모습에서도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름 모를 외래종식물들이 토종식물들을 잠식해 가고 있는 모습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대왕암 공원의 그 울창했던 송림이 지난 몇 년 사이 소나무재선충으로 다 베어져 나가고 이제 겨우 몇 그루가 듬성듬성 서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려온다.

소나무는 예로부터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長壽)를 나타냈으며, 비바람, 눈보라의 역경 속에서도 항상 푸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꿋꿋한 절개와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여 왔다. 소나무는 우리의 삶과 역사에서 빠짐없이 등장했고, 우리나라의 자연적, 문화적, 심미적 환경을 형성해왔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소나무는 그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이런 소나무가 등산로 곳곳에서 말라 죽어가고 있어 보는 사람들마다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다. 단순히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만 보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 및 잣나무 등에서 발생해 감염된 나무를 2년 내 고사시킨다. 지난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생한 소나무재선충은 전국적으로 확산돼 2005년에는 감염목만 56만 그루에 달했다. 우리나라 소나무가 전멸위기에 빠질 정도였다.

그러나 소나무 방제 특별법을 제정하고 예찰·방제단을 운영해 예산 및 인력을 대거 투입한 결과 지난해는 감염목이 90%이상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솔잎혹파리, 솔껍질깍지벌레가 소나무를 공격하고 있다. 솔껍질깍지벌레는 소나무껍질 사이에서 기생하면서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는다. 솔잎이 낮은 가지에서부터 말라 들어가 6~7년 만에 소나무가 고사한다.

소나무의 형태를 보면 감염여부를 금방알 수 있어 항공방제나 나무주사로 방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문제로 제때 방제를 하지 못하는 게 현 실정이다. 실제 2010년도 동구의 산림병해충 방제예산이 9억5천만원인데 반해 2011년도 예산은 3억5천600만원에 불과했다. 2012년도 예산은 이보다 훨씬 적은 3억1천200만원에 불과하다.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했다. 정책의 의지표명은 예산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했다. 지난 3년간의 예산흐름으로 미뤄 봐 앞으로 소나무의 병해충피해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까지 동구는 명덕수변공원, 슬도공원, 큰골저수지공원 등 주민 휴식공간을 많이 조성해왔다. 그러나 없었던 새로운 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산림도 잘 가꾸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2011년도 결산심사를 하면서 이런 산림정책의 성과에 대해 지적했다. 그리고 내년도에는 대폭적인 예산증액편성으로 산림병해충 방제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담당부서장의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지자체가 충분한 예산을 편성해 방제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에너지절약, 자원재활용 등을 통한 생활 속의 작은 녹색실천운동이다. 나무를 살리는 것 못지않게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대표 수종이다.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소나무의 생육 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 질 것이다. 그런 만큼 더욱더 철저하고 지속적인 정밀예찰과 적기방제, 그리고 우리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소나무를 지킬 수 있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전국 각지에서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나무를 인공 교배해 명품소나무를 대량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왕암공원의 듬성듬성한 솔밭에 명품 소나무를 정성껏 심어 몇십년 후 우리 후대들에게 명품솔밭을 물려주는 것은 어떨까?

홍유준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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