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부재
경험의 부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0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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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중구 성남동에서 살해당한 성남동 자매의 부모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30분 남짓한 시간동안 인터뷰를 하고 돌아나오는 길에 혹시나 기자가 그들의 아물지도 않은 상처를 덧내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앞섰다.

울고 있는 유족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 플래시를 터트려야 했는가 하면, 무리한 질문을 쏟아낸 것은 아닌지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그들에게는 떠올리기도 싫을 잔혹한 사건 발생 현장을 목격한 소감을 묻는 질문을 하고 나서, 말문이 막힌 부모의 표정을 보자 ‘아차 내가 왜 그랬을까’ 눈앞이 깜깜해지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는 온통 실수 투성, 후회막급이었다.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고 인간적으로 접근했어야 되는 것이 옳았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취재의 목적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울어주며 위로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족을 잃어본 기자의 경험으로 비추어 이번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아픔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래되지 않은 기자 생활의 경험 부재로 이번 미션은 대실패였다. 울고 있는 자매의 어머니에게 그럴듯한 위로의 말 한마디 내뱉지 못했다. 기자는 아주 미숙하고 어리석음 그 자체였다.

물론 인터뷰이에게 좋은 멘트를 받아오는 것이 기자의 본연의 임무이다. 하지만 유족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면서까지 멘트를 받아야 하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자들은 야비한 놈들’이라고 욕하는 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정의롭고 깨끗한 기자를 꿈꾼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성숙하고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게라도 스스로를 위로해야지만 마음이 놓일 것만 같다.

김홍일이 검거되기만을 기다리는 부모의 바람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마지막으로 고인이 된 두 자매의 명복을 빈다. 그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 현세보다 더 좋은 곳이길.

구미현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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