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문화제 ‘한 지붕 두 가족’의 어색한 동거
처용문화제 ‘한 지붕 두 가족’의 어색한 동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0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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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축제 중 가장 오래된 축제는 ‘처용문화제’다. 그러나 애초부터 처용문화제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처용문화제의 전신은 ‘울산공업축제’다. 울산공업축제가 처음 열린 것은 1967년이다. 정부 차원의 국가적 축제였고, 시민적 호응도 대단했다. 축제를 여는 취지는 이러했다.

“(전략)…공업도시로서의 ‘울산’은 이미 하나의 청사진을 벗어나 발전하는 한국의 상징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지난 다섯 해 동안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산 증거요 근면의 보람을 찾은 뚜렷한 표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차원에서 보다 높고 보다 넓은 예지와 용기를 가다듬어 다시 풍요한 민주사회의 건설이 약속된 제2단계의 자립경제 개발작업을 성공리에 매듭짓기 위해 ‘제1회 울산공업축제’의 막을 올립니다. 이는 일시적인 유행에의 귀의도 아니며 분명 전시를 위한 나열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새로운 의욕을 마련하는 공통의 광장을 닦는 것이며, 자립의 교량을 가설하는 획기적인 시발점이 될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울산공업축제의 경우 역사적 의미도 주목할 만하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끝나고 제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시작되는 해에 열렸다. 또한 울산특정공업지구로 지정·공포된 지 5년, 시로 승격된 지 5년 되는 해에 시작됐다. 울산공업축제는 당시 울산의 유일한 축제이자 최상의 볼거리였다. 공업도시에 걸맞게 기업들은 경쟁하듯이 가장행렬을 기업 특성에 맞게 꾸며 참여했고, 시내버스들은 꽃차로 변신해 시가지를 누볐다. 관공서도 한마음, 기업도 한마음, 주민도 한마음이 되는 축제였다. 그러던 것이 어느 해 한 장관의 말 한마디로 축제의 이름이 바뀌어 버렸다. 2005년 10월의 경상일보 데스크칼럼을 눈여겨보자.

“처용문화제는 탄생에서부터 모순을 안고 있었다. 1991년 처용제·울산예술제·공단문화제가 합쳐져 처용문화제라는 새 이름이 탄생했다. 이전에 있었던 ‘공업축제’와 ‘시민의 날’ 행사까지 포함하면서 횟수는 28회로 매겨졌다. ‘처용’이라는 이름은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던 이어령 씨가 제시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처용암에서 처용에게 제사를 지내던 울산문화원 주최의 처용제는 식전행사로 자리잡고, 예술인들의 축제인 울산예총의 ‘예술제’ 근로자들의 축제인 울산상의 주최의 공단문화제가 같은 기간에 열렸다. 몇 년 뒤 ‘예술제’와 ‘공단문화제’는 다시 분리됐고 ‘시민의 날’은 부활돼 어정쩡하게 ‘처용문화제’와 같은 기간에 열리고 있다. 단지 별반 쓸모도 없는 이원화된 집행부만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계승해야 할 ‘처용문화제’의 의미는 사라지고 없어져야 할 조직만 남아있는 셈이다.”

칼럼에서 보듯이 ‘처용문화제’는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시작부터도 ‘(제29회 시민의 날)처용문화제’이고 다음해부터는 ‘시 승격 30주년 기념 제27회 처용문화제’, ‘제31회 시민의 날 기념 처용문화제’, ‘제32회 시민의 날 기념 처용문화제’로 해마다 이름이 변한다. 1995년 제29회부터 8년간 처용문화제란 이름으로 제자리를 찾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2003년부터 ‘제37회 처용문화제 제3회 시민의날 제6회 시민생활체육대회’, ‘제38회 처용문화제 제4회 시민의날 제7회 시민생활체육대회’라는 세 가지 이름을 달고 계속되다가 제39·40회는 ‘처용문화제’가 됐다. 다시 제41회에는 ‘제7회 시민의 날 기념식 제41회 처용문화제 월드뮤직페스티벌’로 이름표를 바꾸었다.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시민의 날 기념식’에다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이라는 것이 슬그머니 끼어들더니 다음해부터는 ‘제42회 처용문화제 2008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로 ‘한 지붕 두 가족’의 이름을 지니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월드뮤직페스티벌’이 여섯 해 동안이나 ‘처용문화제’란 이름 아래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로 열리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 해도 햇수로 다섯 해나 된다.

처용문화제 개최를 두 달 남짓 앞두고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었을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올해 축제를 좀 더 관심 있게 살펴보고 지켜보자는 의미에서다. 그리고 이 두 행사가 한 축제로 과연 동거를 계속해야 할 것인지도 냉정하게 따져 봐서 내년에는 변화를 주자는 것이다. 전통의 처용문화제 속에 현대의 음악이 들어와 사이좋게 공존한다는 것은 무리다. 이미 월드뮤직페스티벌은 몸집을 불릴 만큼 불려서 처용문화제의 정체성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더 이상 ‘한 지붕 두 가족’의 동거를 무리하게 끌고 가지 말았으면 한다.

김덕균 고래문화재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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