毛皮之附
毛皮之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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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지부:가죽이 없는데 털을 붙인다
이는 ‘가죽이 없는데 털을 붙인다’는 뜻으로 좌전 희공(僖公)조에 전하는 이야기이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헌공(獻公)은 애첩 여희(驪姬)의 속임에 빠져 자신의 아들인 신생(申生)과 중이(重耳), 이오(夷吾)를 모두 역모의 죄를 물어 참하게 하였는데, 신생은 죽고 중이와 이오는 미리 국외로 도주하여 여러나라를 전전하게 된다. 당시 이오는 진(秦)나라에 머물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는데 결국 진왕의 배려로 조국 진(晉)왕에 등극하게 되었으니 그가 진(晉)혜공(惠公)이다.

그는 진(秦)왕의 호의에 감음하여 진나라에 다섯 개의 성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귀국하였는데 막상 귀국하여 왕위에 오르고 난 뒤 지난 날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진(秦)나라에 흉년이 들어 사신을 보내 곡식을 사려고 하자, 대부 경정(慶鄭)이 “지난날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의를 잃었는데 지금 이 기회에 성의를 표해야 합니다”라고 간했다.

그러자 대신 괵사가 이르기를 “지난 날 이미 약속을 어겨 다섯 성을 주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쌀을 빌려 준다 해서 그 앙금이 풀리겠습니까. 우리의 처지로 가죽이 남아 있지 않은데 털을 어디에다 붙이려 하십니까(毛皮之存 毛將焉附). 진(秦)나라가 원하는 것은 다섯 개의 성의지 쌀이 아닙니다”라고 간하여 쌀을 팔지 않았다는데서 유래된 말이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형식적이고 단편적인 문제로써 얼버무리려는’ 어리석음을 경계하여 이르는 말이다.

지금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고 있는 하계 올림픽에서 우리 여자 펜싱 선수에게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명백한 오심으로 우리 국민을 분노케 한 뒤 아무런 사과 한마디 않고 있다가 지금 와서 해당선수에게 협회차원의 기념메달을 증정하겠다는 제의를 했다. 이것이 정말 사실이면 이야말로 가죽도 없는데 털을 붙이려하는 꼴로, 마당에 노는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해당 선수나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은 오심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위로의 말 한마디지, 하찮은 메달을 가지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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