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아픈 손가락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0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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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년전 중국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해서 한국에 오게 됐다. 2008년 일이었고 출산과 육아에 바빠 세상밖을 모르고 살았다. 그러다 통·반장의 안내로 다문화센터에 교육을 받으러 나갔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사는 울산에 나처럼 결혼이민을 해서 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에 나는 다양한 국적에 또 한 번 놀랐다. 일본,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몽골,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참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왔다. 이전에는 한국에는 한국사람 만 사는 줄 알았다.

다문화센터에서의 교육시간은 즐거웠다. 다들 비슷한 처지여서 그랬는지 서로 친해지니까 자연스럽게 각자의 가정으로 놀러가게 되면서 친구가 됐다. 큰 풍파가 없이 순탄한 결혼생활을 하던 나는 그때서야 주위에서 다문화가정이라고 하면 느껴오던 왠지 모르게 찝찝한 눈빛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다문화가족상담 자원봉사를 나가게 됐다. 겉으로는 알 수 없었던 수많은 어려움과 좌절 그리고 막막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행정안전부의 통계를 보면 2012년 4월 기준 울산에는 88개국 1만9천37명의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다. 그중에서 결혼이민자는 5천299명으로 27.8%를 차지한다. 시장에 가거나 버스를 타면 독특한 한국어 억양을 구사하는 결혼이민자를 심심잖게 만나볼 수 있다.

다문화가정하면 흔히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우리 사회도 다문화사회에 접어들었다. 다문화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일이고 같이 보듬고 나아가야 할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다.

그 누가 아픈 손가락이라고 해서 자기 손가락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다문화가족지원세터 다문화이해강사 ‘1366여성위기전화자원봉사자’를 거쳐 나는 지금 시교육청에서 다문화코디라는 직책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 막 한국사회에 첫발을 들여놓은 결혼이민자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결혼생활은 힘들다. 국제결혼은 더욱 힘들다. 하지만 힘들다고 하면 더욱 힘들어지고 행복하다고 하면 더욱 행복해지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참고 인내하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풀어라… 힘든 일이 있으면 속에 담아두지 말고 풀고 넘어가는 지혜를 가져라.

시교육청 다문화코디네이터 황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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