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을 타산지석으로 삼자
런던 올림픽을 타산지석으로 삼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0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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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들려오는 올림픽 승전소식이 계속되는 찜통더위를 식혀 주고 있다. 당초 금메달 10개, 세계 10위를 목표로 했던 ‘10-10’전략을 초과 달성할 것이란 소리가 들린다. 기대했던 몇 몇 종목이 부진한 대신 펜싱, 사격 등 예상 밖의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덕분이다. 그 동안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실력을 다져 온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매스컴이 주목하고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선수들 대신 가끔 ‘숨은 실력자’들이 혜성처럼 등장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올림픽 경기장이다. 그런 혜성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한국의 미래는 밝다.

1948년 14회 런던 올림픽에 처음 선수50명, 임원 17명 등 67명의 선수단을 파견했을 무렵 우리의 국민 소득은 60달러에 불과했다. 정부 수립직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출전에 필요한 경비마저 당시 미군정으로부터 지원 받아야 하는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게 남의 힘을 빌려 건너 간 한국 축구단은 16강전에서 울산 출신 최성곤 선수가 선제골을 터트려 멕시코를 5대3으로 격파하고 8강전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유럽 강대국 가운데 하나였던 스웨덴에 12대 0으로 패하고 말았다. 이게 바로 64년 전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랬던 우리가 어제 새벽 축구 종주국을 꺾었다. 그것도 수만 명의 영국인들이 그들의 홈 그라운드 경기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보기 좋게 걷어찼다. 한국과의 대전을 앞두고 기자들이 향후 전략을 묻자 영국 축구코치는 “4강전에서 만날 브라질이 걱정”이라고 했었다. 그들 눈에는 아직도 한국이 동양의 한 소국(小國)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유력한 한국 수영 금메달후보 선수를 예선에서 오심으로 탈락시키는 우(愚)를 범했고 펜싱에서까지 한국 선수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2012년 30회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은 임원과 선수를 포함해 모두 374명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무역 수출입 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세계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 최대 일간지인 타임즈는 한국 선수단의 단복을 최고(베스트)로 선정했다. 그리고 한국 선수단은 근대 유럽의 중심지였던 런던에서 유럽의 자존심이랄 수 있는 펜싱의 벽을 여지없이 허물어뜨렸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국력이 신장됨에 따라 이를 시기·훼방하는 상대도 그 만큼 늘어날 것이란 사실이 그 중 하나다. 이번만큼 국제경기에서 한국이 오심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적은 없다. 일부는 감정적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정도로 지나친 경우도 있었다. 영국과의 축구 8강전에서 콜롬비아 주심은 5분 사이에 한국에 2개의 페널티 킥 호각을 불어댔다.

이런 일들은 앞으로 국격이 높아질수록 국제무대에서 우리가 종종 겪을 난관들이다. 갑자기 성장해 치고 올라오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실력으론 어쩔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국제적 판단기준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설정할 것이다. 각종 규제와 제제를 자신들의 이익에 맞춰 설정한 뒤 그것을 지키라고 우리에게 요구할 것이다. 한국 전자제품이 해외에서 제소 당하고 한국 자동차들이 해외 현지에서 소비자단체들로부터 시비를 당하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 근로자의 처우문제라든지 환경협약준수 정도를 한국 상품수입의 기준으로 들이 대는 것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올림픽 경기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신예선수들을 발견했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 경기가 아니었으면 자칫 외부의 힘에 의해 출전이 좌절됐을지도 모를 그들이 세계가 공인하는 자리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기에 우리는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를 알아 볼 수 있었다. ‘진주’들이 나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게 그 만큼 중요하다.

남녀 펜싱·사격에서의 금메달은 대한민국 뿐 만 아니라 울산이 향후 나아갈 바를 제시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기득권에 눌려 많은 신예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제반 분야에는 숨어있는 보석들이 무수히 많다. 그들을 발굴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우리를 견제하면 할수록 그런 인재를 키워 대응해 나가야 국격을 더 높일 수 있다. 이런 환경은 불과 50년 만에 국내최대 산업도시로 성장한 울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기득권의 그늘에 가려 신예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게 울산의 현실이다. 떠오르는 샛별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물려주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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