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명선교엔 주말마다 라이브 음악이 흐른다
진하 명선교엔 주말마다 라이브 음악이 흐른다
  • 양희은 기자
  • 승인 2012.07.3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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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마을주민 9월말까지 자선음악회… 수익금 이웃돕기에
▲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강양리 마을 선후배들이 모여 매주 주말 명선교 아래에서 자선음악회를 열고 있다. 지난 29일 열린 음악회 모습.
지난 29일 오후 6시. 광성호의 선주인 임성춘(53)씨는 울주군 온산읍 강양리 명선교 아래에 파란색 의자의 줄을 맞춰 놓고 있었다. 임씨의 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바닷가 쪽에는 다른 스태프들이 스피커와 마이크를 설치하느라 분주했다.

강양 마을 선후배 사이인 임씨와 양우석(57), 박경환(50), 정종문(53)씨는 이달 초부터 자선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음악이 좋아 자기 돈을 들여 매주 음악회를 준비한다. 주말에는 선장인 임성춘씨는 고동을 잡으러 나가는 배도 뿌리쳤고, 수산물 도매업을 하는 정종문씨도 일을 하던 중 장화차림으로 현장에 나타난다.

정종문씨는 “우리를 어린시절 봤던 유랑단 정도로 봐도 좋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프로는 아니지만 관객들과 함께 즐기고 노는 것만큼은 최고라 생각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해가 질 무렵 공연이 시작됐다. 피서객은 물론 마을 주민들도 하나둘 모여들었고, 연주가 시작됐다. 관객들이 노래를 신청하면 즉석에서 노래자랑이 펼쳐졌다. 평소 언변이 좋기로 소문난 광성호의 선장 임씨는 사회자가 됐고, 수산도매업자 정종문씨는 객석을 정리하고, 흥을 돋웠다. 철제상을 운영하는 양우석씨는 기타를 들었고, 용접공인 박경환씨는 색소폰을 불었다. 한두곡의 노래를 부른 관객들은 작은 모금함에 성의를 표했다. 공연은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양우석씨는 “생각만큼 호응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회를 더할수록 관객이 늘어나 힘이 된다”며 “관객이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날 공연을 본 김해순(56·북구 매곡동)씨는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무대는 아니었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나 공연을 보는 사람 모두 흥겨운 시간이었다”며 “더구나 아마추어들이 관객들과 함께 하면서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음악회를 마련한 것에 대해 감동을 받았고 누구나 이웃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임성춘씨가 주축이 돼 시작한 이번 자선음악회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컸다. 음악회 현수막은 임씨의 선배가, 관객석 의자는 임씨의 아내가 후원했다.

임씨는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 하는 일인 만큼 보람도 더 큰 것 같다”며 “아직은 초라하지만 모인 성금을 소년 소녀 가장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선음악회는 오는 9월 말까지 주말마다 강양리 명선교 아래에서 열린다.

양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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