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물·풀·빛의 헌사로 가득찬 런던 올림픽
흙·물·풀·빛의 헌사로 가득찬 런던 올림픽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7.2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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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들이 4년마다 여는 제의(祭儀)를 집전한 제사장은 이번 행사의 주제를 녹색자연주의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지구인의 열망이 흙·물·풀·빛의 순수세계로 돌아가길 열망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개막식에서 보여준 녹색동산, 자전거와 인간이 결합된 비둘기, 70억개의 종이 꽃잎, 성화의 물길봉송, 스타디움 성화 점화때 불의 꽃에 함축돼 있다고 봐진다. 개막식은 전 지구인 일가친척이 이번 제전을 통해 무엇을 바라며, 앞으로 무엇을 추구할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주목한다.

이번 개막식은 녹음방초 우거지고 신성한 나무가 있는 자연을 우리가 얼마나 그리워하게 됐는지를 보여줬다. 제사장소 한 가운데, 즉 스타디움에 흙과 숲이 있는 동산을 갖춘 것은 지구인의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우리가 본래의 고향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져 왔는가를 각성시켰다.

동산을 만들때 쓰인 흙은 바로 그 스타디움이 세워지기 전의 쓰레기투기장에서 파낸 것이라고 한다. 오염된 것을 씻어 재활용한 것이다.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동산에는 각국의 깃발이 꽂혔다. 동산은 마치 쇠뜨기풀과 잔디가 자라는 것처럼 보였다. 봄철 들판과 방축에서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바로 그것이었다. 동산을 꾸민 것은 지구인의 마음에 지금 무엇이 소망스러운지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동산 위에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었다. 그 나무는 신성한 존재와 연결시켜주는 신수, 신단수, 우주목, 세계수와 같은 것이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바로 그 거목이다. 이 나무에 대한 존중심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인류보편적 정서다.

녹색동산 기획자는 오늘날 지구인이 자연과 신성에 연결되고 싶은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간파했다고 생각된다.

이번 제전의 집전자는 인조 비둘기를 스타디움 안에 날려보냄으로써 자연에 대한 열망을 효과적으로 전개했다. 이 비둘기의 몸체는 사람이고, 동력은 자전거 페달로 일으킨 날개짓이었다. 인간의 정성과 노력으로 굴리는 자전거 페달은 또 다른 녹색주의 상징이다.

운하를 타고 건네진 성화도 그런 상징의 하나였다. 올림픽 조정경기의 영웅이 수로를 통해 봉송한 성화는 지구인의 초점을 시원하고 맑게 흐르는 물에 모았다. 개막식 하이라이트인 최종 성화는 꽃의 이미지로 타올라 식물적 상상력을 한껏 키웠다. 불꽃은 불의 꽃이다. 스타디움 가운데 설치된 수십개의 금속관은 꽃의 수술과 같았다. 나팔모양 꽃밥이 잇달아 터지면서 커다란 꽃의 심지를 만들었다. 관중이 앉은 스타디움은 꽃의 심지를 둘러싼 꽃잎이 됐다.

이때 수천발의 폭죽이 터지며 환호를 일으켰다. 폭죽은 대나무가 터지는 것이다. 불 속에 대나무를 탈 때 터지는 소리가 접근하려던 짐승을 퇴치시키자 환호작약했던 원시경험이다. 폭죽 역시 녹색자연주의 상징의 한 장치였다.

우리는 제사에서 여성은 참석않거나 절의 순서를 늦추는 경우를 가끔 본다. 그러나 이번 30회 런던제사에서는 양성평등의 기치를 분명히 했다. 자크 로게 위원장은 제문을 읽으면서 모든 참가국에서 한 사람 이상의 여성선수가 참석했음을 알렸다. 모처럼 음양의 자연적 조화가 구현됨으로써 이번 제전의 의미를 깊게했다.

또 개막식은 한 사람의 걸출한 인물이 세계를 창도할수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

피날레 무대를 장식한 폴 메카트니가 그랬고, 녹색동산을 창안한 사람이 그랬다. 모두 흩어져 고향을 모르고 살던 지구인에게 한날 한자리에 모일 제전을 만들어준 쿠베르탕 남작도 그랬다.

폴 메카트니는 지구인 모두가 한날 한시 하나의 노래를 부르게 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곡목은 ‘헤이 쥬드’. 스타디엄 선수와 관중들도 리듬에 맞춰 율동했고, 런던 반대편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지구인도 따라 불렀다. 이날 개막식에 70억개의 종이꽃잎이 뿌려졌다고 한다. 세계의 70억 인구에 맞췄다.

지구촌 제전에 참가한 선수나 관중은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이다. 승패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이 행사를 통틀어 눈여겨 볼 것은 관통하는 이념이다. 흙·물·풀·빛은 단음절어다. 인간이 언어를 쓸때 가장 긴요한 것에 가장 간명하게 붙인 이름이다. 런던올림픽 이념은 이 단음절어가 뜻하는 영원한 고향에 대한 회귀의지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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