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나무에 귀를 대어 보라고 했어요”
“아이들에게 나무에 귀를 대어 보라고 했어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1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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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학생교육의 ‘햇살’
▲ 남부초등학교 나흥하 선생님.
▲ 천곡초등학교 송광희 선생님.
▲ 무룡초등학교 강수정 선생님.
▲ 무거고등학교 이창규 선생님.
▲ 월평초등학교 이성태 교감선생님.
▲ 남창중학교 윤석순 교장선생님.

 

 

 

 

 

 

요즘 아이들 인사하는 기본 예절 모자라

TV 부정적인 언어 그대로 사용 ‘큰 걱정’

제27회

▲ 태화중학교 류해수 선생님.
스승의 날을 맞아 지난 14일 ‘열정어린 선생 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울산제일일
▲ 황일수 울산시 교육청 교육국장.
보는 박문태 논설실장이 만난 ‘열정어린 선생님 아름다운 선생님’ 가운데 7명을 초청해 울산시 남구 달동 상해 중국관에서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남창중 윤석순 교장, 태화중 류해수 교사, 월평초 이성태 교감, 무룡초 강수경 교사, 무거고 이창규 교사, 천곡초 송광희 교사, 울산남부초 나흥하 교사 등 7명과 본보 임채일 사장, 박문태 논설실장, 장 진 편집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권확립, 학생 인성교육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2시간 남짓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박문태 논설실장이 만난 열정어린 선생님, 아름다운 선생님’은 스승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에 사도의 큰 빛을 비추고자 박문태 논설실장이 직접 교육 현장에서 취재한 글을 지난 1월 30일부터 매주 수요일 본보 11면에 연재하고 있다.

송정초 강혜숙 교사를 시작으로 지난 14일 수암초 채화순 교사에 이르기까지 15명의 교사들이 열정으로 임한 교직생활 중 그동안 숨겨왔던 애틋한 사연들을 지면을 통해 털어놨다.

◆ 박문태 논설실장(이하 생략)- 내일이면 스승의 날이다. 선생님들과의 인터뷰도 ‘스승존경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시작했다. 교권 확립에 대해 한 말씀씩 해준다면.

△월평초 이성태 교감- “‘권위 없는 교사는 교단에 서지 마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사에겐 교사로서의 존엄한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학부모에겐 교사는 ‘~쟁이’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찾아와 ‘니가 뭔데’하고 폭언을 한다면 아이들이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학생들을 교육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가정에서 먼저 선생님의 권위를 세워줘야 합니다.”

- 학생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무거고 이창규 교사-”’아는 교육’은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달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는 것을 행하는 ‘실천 교육’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도 선생님을 잘 따라와 주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선생님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생각을 지닌 채 열심히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선생님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간혹 학교 내에서 외톨이가 되곤 합니다. 주위 교사들은 “너무 그렇게 하지마. 덕 될게 없어”라며 오히려 말리기도 합니다. 교사들부터 실천하는 자세를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천곡초 송광희 교사- “최근 학교 자율화 조치로 인해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에도 교과목수업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지식 전달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목 위주의 수업에 치중하다보면 공교육은 결국 무너집니다. 요즘 아이들은 인사 등 기본 예절을 지키는 데 아주 미흡합니다.

초등학생들은 학교에 들어오는 순간 ‘백지’와 같습니다. 가정에서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선생님을 통해 배우는 게 훨씬 많습니다. 선생님의 옷차림부터 시작해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교육이지요. 민감한 부분이지만…. 학교에서는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니 반’ ‘내 반’이 따로 있을 때가 많습니다. 선생님은 전교생의 어른이자 선생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창중 윤석순 교장 - “인성교육을 위해선 가정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언어습관을 길러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TV등 매스컴을 자주 접하면서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을 대할 때를 보면 “그래서요?” “왜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합니다. 교과서에는 이런 말이 일절 없습니다. 저희는 아이들에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라고 가르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의 언어 자체에 어른을 공경하고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런 부분을 가정과 연계해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와 대화의 날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번 오시는 분은 따로 정해져 있죠. 학부모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물론 학교에서도 학부모와 가까워지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죠.”

- 숨어있는 교육 미담하나.

△무룡초 강수경 교사- “어린이날을 맞아 받고 싶은 선물을 써보라고 학생들에게 말했더니 1위가 강아지였고 2위가 닌텐도 게임기였어요. 장래희망에 대한 질문을 했더니 의사가 1위였고 이소연씨같은 우주과학자가 2위였어요. 그런데 의사가 되고 싶은 아이들이 많은 이유가 있었어요. 저희 반에 휠체어를 타고 있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를 도와주고 싶어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거예요.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분들이 많죠. 아이들의 순진무구함. 그리고 아이들 때문에 웃게 되는 것이 이유가 아닌가 싶어요. ‘기운이 빠질 때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걸어라’라는 말이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활기찬 곳이 초등학교 운동장 아닌가요. 아이들의 순수함이 사람을 밝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화단에 나무를 꺾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나무에 귀를 대어 보라고 했어요. 그때가 3월이라 나무에 귀를 대보면 나무에서 물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거든요. 아이가 나무도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거죠. 그 아이는 다음부터 나무를 꺾지 않았고요.(웃음)”

-지역 언론에 바라는 점.

△이성태 교감 - “지역 언론이 학부모의 개인적 이야기를 크게 부각해 문제화 시키면 교육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교육적 파장.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를 제일 중요하게 고려해 주셨으면 하는 부탁입니다. 교육당사자들에 대한 계도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교육에 대한 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리 = 권승혁 ·김영수 기자

사진 =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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