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데(2)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데(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7.2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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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가에 해외여행을 떠날 차비라면 분명히 자기계발을 위한 것이어야 하기에 참고할 사항 몇 가지를 제안한다. 바라건대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정도(正道)의 하나로 국민교양의 격(格)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당연히 전문 여행가를 위한 참고사항이 아니라 우리나라 보통 사람의 상식수준을 넓히려는 내용이다. 여기서 보통 사람이란 경제적으로 1인당 200∼300만 원 정도를 여행사에 큰 부담 없이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학력이나 직종(職種)을 기준으로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첫째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 나라에 관한 역사적 배경을 간략히 알아두어야 한다. 특히 시대별로 우리나라의 여러 왕조와 비교해두어야 감상적 이해를 할 수 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보면서 조선시대의 창경원과 대비해 보는 것이다. 나아가 베르사유 궁전에는 대리석이 그렇게 많은데 우리나라 불국사의 석굴암은 무슨 돌로 세웠는지 알아보고, 석굴암의 질감에서 투박함을 넘어서는 균형의 아름다움을 재확인 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최소한 함스부르크 왕가를 알아보아야 지금의 독일이 어떤 나라였는지 역사적 위상을 느껴볼 수 있다. 필자는 중학교 때 삼총사를 읽으며 달타냥이 프랑스의 어느 성안에서 칼싸움하는 무용담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그런 성(城)을 직접 보고 성벽을 만져보려고 했으나 아쉬움만 남아있다. 뒤에 알았지만 우리나라의 성은 성곽을 두르고 그 안에서 백성들이 농사도 짓고 여러 서민들이 생활하던 곳이지만 유럽의 성은 왕, 영주, 일부 귀족(?)들만 성 안에 살고, 일반 백성들의 대부분을 성 밖에서 살았었다. 이런 지식을 갖고 유럽의 여러 성을 관광하며 자기계발의 단초(端初)를 삼는 것이다.

둘째는 이제는 진정한 주체사상을 갖고 떠나는 것이다. 이석기 패거리들이 몰입해 있는 그런 주체사상이 아니라 우리나라 비행기의 기내식사에 1)비빔밥, 2)오징어(낙지) 덮밥, 3)생선덮밥 4)스테이크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데에서 우리국민의 주체사상을 확인하는 것이다.

1970년대 외국 나가는 비행기에서는 서양식 식사만 제공되었다. 감히 고추장을 갖고 나갈 생각도 못했으나 지금은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 우리나라 컵라면을 들고 호텔식당에 가서 뜨거운 물을 부어달라고 하면 웃으면서 젓가락까지 주려고 한다. 필자가 폴란드에서 신혼부부의 피로연을 호텔의 볼룸(ball room)에서 보고, 그들이 신혼여행으로 떠날 차가 우리나라 기아자동차인 것을 알고 신랑에게 5유로를 주며 한국의 전통이라며 결혼 축의금에 관해 자세히 소개하였다. 아울러 한국 자동차를 사주어서 고맙다고 하였다. 크게 보면 이것도 주체사상의 하나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관람에서 배낭이 크다고 입장 제지를 받았을 때, 거기 관리원의 대부분이 유태인인 것을 알고 있어서, 대놓고 검색을 철저히 하고 들어가게 하라는 항의를 하면서 한국에서는 분단국가 이면서도 이런 검색 없이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세계평화를 위해 이스라엘에서는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겠느냐고 핏대(?)를 올렸다. 그래도 그 직원이 막무가내여서 내가 지고 말았음을 밝혀둔다.

셋째는 유럽의 생활풍습(?) 중에서 여행 중에 불쾌한 것 하나만 고르라면 화장실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은 인격적 예우를 하는 곳이다. 대도시의 간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급한 용무인 사람은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이런 제도가 언제부터 왜 생겼는지 정확하게 알지를 못해서 지금도 궁금하다.

옛날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임금조차 목욕을 자주 하지 않았고, 지금의 루브르 박물관은 왕궁이었을 때 궁에 있던 사람들이 대소변을 그냥 성벽 아래로 수 십 년을 버려 화장실을 짓고 어쩌고 하느니 아예 새로 궁전을 짓자고 해 지었다는 것이 베르사유 궁전이라는 설도 있다. 우리는 요강이 있었고, 화장실과 처갓집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나올 만큼 청결했고 무료였다.

끝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이름도 생소한 나라들이 많아졌다. 우리나라의 1/4 되는 곳도 있고, 전라남도만한 나라도 있다. 오랫동안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등의 지배를 받아왔지만 지금은 모두 독립한 나라들이다. 어찌하여 독립하려고 애를 썼었는지 우리와 중국의 관계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언어가 말살되면 중국의 청나라처럼 만주어를 잃어버리고 중국으로 흡수된다. 결론은 우리말을 잘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

<박문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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