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데(1)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데(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7.25 2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 전국적으로 휴가가 시작된다. 그래서 휴가가 어떤 것인지 곱씹어본다. 휴가는 한자풀이로 휴(休): 사람(人)이 논과 밭에서 일을 하다가 논두렁 밭두렁의 나무(木) 그늘에서 잠시 쉰다는 뜻이다. 가(暇): 날(日)을 빌려서(?) 쉰다는 뜻이다.

지금은 한 겨울에도 휴가를 내어 스키를 타러 가기도 하지만 수 년 전만해도 휴가는 여름에 그늘에서 피서휴가를 빌려서라도 하였다. 그때의 휴가풍류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막걸리나 마시는 것이었다. 이제는 살 만큼 되었다고 기분 전환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제격으로 되었다. 즉, 바캉스 시즌에 맞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굳이 과소비, 사치, 허영이라고 고치자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자녀가 초등·중등학교에 다니면 꼭 피서지가 아니어도 여행목적을 교육에 두고 여러 곳을 찾아가 볼 수도 있다. 우선 그런 여행을 왜 떠나는 것인지 되새겨 본다.

첫째는 생활에서 변화를 찾기 위해서이다. 새로움을 찾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당연히 휴가에 고향을 찾아가도 거기서 새로움을 찾아내야 한다. 물리적 환경이 변했으면 변한대로, 변하지 않았으면 변하지 않은 그대로 추억을 꺼내어 새로움을 찾는 것이다. 동네 어른들도 만나보고 고향을 지키고 있는 깨복장이 친구들도 찾아보는 것이다.

둘째는 인생도 그렇듯이 여행도 결과보다는 준비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행은 국내이건 해외이건 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낚시꾼이 낚시하러 떠날 때 모든 장비를 챙기며 약간 들뜨는 상태와 같은 즐거움이다. 월척을 꿈꾸며 바늘을 새로 묶는 장면을 낚시꾼이라면 누구나 경험한다. 그러고서 막상 피라미도 못 잡고 그냥 돌아오더라고 준비하던 그 시간만큼은 행복했던 시간이다.

사실 골프도 장비를 챙길 때가 행복한 시간이다. 골프 치러 가기 전날, 홀인 원(hole in one)을 상상하며 새 공을 챙기고 아이언 5,6,7번은 깨끗이 닦아놓는다. 그러고서 필드에 나가서는 108타를 치고 번뇌에 빠진다. 여행은 며칠 전부터 짐을 준비하면서 설레는 마음이 바로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빠트려서는 안 될 일이 지도를 보고 여행할 곳을 살펴보는 것이다.

박완서님의 ‘못 가본 곳이 더 아름답다’는 말뜻이 실감하는 대목이다. 못 가본 곳이면 그곳에 무지개도 띄우고 폭포도 만들어 놓는 것이다.

셋째는 이런 설렘은 잠시, 여행은 문밖을 나서면서부터 고생을 겪어보기 위해서이다. 이 고생이 없으면 여행의 본색(本色)을 못 보는 것이다. 누가 있어서 편하게 자리 잡아주고, 먹여주고, 씻겨주고, 재워주면 여행이 아니다.

몸을 다치는 사고는 빼고, 갖가지 고생을 해보아야 추억거리가 된다. 이것이 여행의 본질로서 모든 고생을 겪으며 문제해결력을 기르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일행이 ‘휴가라고 생고생이야!’라고 외치면 진짜 여행을 하는 것이다.

수년 전 필자가 울산 지역 선생님들과 외국 여행을 세 번 다녀온 일이 있다. 진짜 캠핑하며 두 대륙을 횡단했다. 돈 쓰며 사서 고생을 했다. 의도했건 안 했건 대도시를 통과하며 최소 8시간 동안 화장실을 못 가고, 밥 먹을 장소가 없어서 12시간 만에 겨우 휴게소에서 밥을 먹을 때, 어느 선생님이 ‘밥이 아니고 꿀이네’하여 모두 허탈한 웃음을 터트린 고생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된다.

이번 휴가에는 예기치 않은 고생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떠날 일이다. 개고생 하지 않으려면 집에서 TV리모콘과 씨름하며 허망하게 보내는 것이다.

끝으로 여행은 자기계발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옛날 유럽의 귀족 자녀들은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히고 교양을 쌓았다. 현대의 스티븐잡스도 인도 여행을 하며 배운 것이 많았다. 최근에 필자도 동부유럽을 하며 뉘우친 바가 많다. 자기계발을 한 것이다.

<박문태 아동문학가>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