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7.2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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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몇 달만 지나면 우리나라를 통치할 대통령을 뽑는 날이 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대통령을 아무나 하나’라는 말이 있다. 요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그 말이 한참 맞는 것 같다. 요즘 언론을 통해 보도 되는 내용을 보면 대통령을 아무나 할 수 있는 하나의 직업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너도 나도 대선에 도전해 보겠다고 나서니 그런 뉘앙스를 풍길 수밖에 없다.

도전이란 ‘싸움을 걸어서 한번 해 보겠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라면 대통령 자리에 가기 위해 투쟁과 싸움으로, 그것도 자질 여부를 막론하고 자리만 차지하면 된다는 것 즉 욕심의 발로로만 여겨진다.

대통령을 가끔 ‘하늘과 같은 자리’로 비유한 적이 있다. 나름 틀린 비유는 아니다. 하늘을 욕심으로 차지할 순 없다. 마찬가지로 대통령 자리도 욕심 하나만으로 차지할 수 없다. 욕심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면 못된 욕심이란 존재 때문에 하늘같은 그 자리가 자칫 더럽혀질 소지가 충분하다.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언론 앞에, 국민앞에 나서는 인사들이 스스로 하늘과 같은 인물이 됐기 때문에 나서는 것인지 아니면 오기나 투기로 나오는 것인지 그 속마음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하늘같은 파랗고 깨끗한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대통령이 되고자한다면 그 언행에 진정 하늘같이 높고, 넓고, 파랗고, 깨끗한 품위가 배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것은 눈 씻고 봐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아마 시력이 나쁜 탓일 터이다. 이기적인 말만 들리고 이타적인 언행을 들을 수 없으니 하는 말이다.

타인의 흉이 한가지라면 자신의 흉은 열 가지가 넘는다는 옛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싸움터에 나왔다면 그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서 수신제가(修身齊家)한 면모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야 하거늘 그렇지 못해 답답하다. 그렇지 않으면 심신에 끼인 때라도 깨끗이 닦아 낸 흔적이 국민들 눈에 들어와야 할 텐데 오히려 언동으로 때를 더 만드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걸 두고 모순당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자리를 ‘돌리면 주인이 되는 회전의자’로 봐선 절대 안 된다. 대통령 자리에 앉은 이는 수천만 국민을 머리위에 정중히 모시고 국토를 쟁기로 갈고 씨 뿌리며 잡초를 뽑아내고 수확을 거두어들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렇게 힘든 자리를 무조건 도전해 차지하겠다고 나서니 이건 용기가 아니라 무모하고 위험한 모험심 정도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은 하늘이 하는 일과 생각, 행동을 배우고 익혀서 자신이 스스로 하늘과 같은 인품을 가졌다고 판단되는지 스스로 점검 해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마음속에 사욕이 있지 않나 살펴야 한다. 둘째 친척과 가족보다 국민을 더 위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갖춰져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셋째, 모든 일을 공평무사하게 처리할 수 있나 생각해 봐야 하고 넷째, 권모술수를 발동할 못된 사고가 자신에게 있지 않나 돌아봐야 한다. 다섯째 불의와 타협하고 정의를 왜곡할 표리부동한 마음이 자신에게 있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쳐다 볼 때 양심에 가책되는 일이 없어야 국민의 심판을 받아 보겠다며 대통령에 나설 수 있다.

하늘이 하는 일을 한번 생각해 보자. 하늘은 많은 세월동안 한결 같은 일만 해 왔다. 많은 살아있는 존재들에게 물이 필요하면 때 맞춰 비를 내려줬다. 숨 쉬는데 필요한 공기를 공급해주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움직였다. 봄이 되면 따스함을 줘 만물이 생동케 했고 여름에는 뜨거운 햇살을 내려줘 곡식이 자라도록 한다. 시원한 가을엔 모든 곡식이 영글게 하고 겨울엔 휴식을 준다. 이렇게 말없이 적기적소에 필요한 삶의 재료를 주고 인간이 나태하고 게으를 때, 부정할 때 천둥번개로 인간들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게 하는 게 바로 하늘이다. 바로 하늘과 같은 그런 대통령감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이덕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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