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겅에 가면 더위가 가신다
너덜겅에 가면 더위가 가신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7.2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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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상류 대곡천에 즐비하게 늘어선 9곡(九曲) 절경을 따라가 보면 곳곳에서 너덜겅(talus, 애추, 돌서렁)지대를 만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온대지방의 너덜겅은 대부분 빙기인 신생대 제3기 말 약 400만년에서 300만년전 쯤에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지금은 활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석의 끝이 돌강에 비해 뾰족뾰족하며 거칠고 크기도 작다.

울산암각화박물관 소공원의 끝 지점에서 물가로 내려가면 퇴적암층으로 이루어진 너덜겅 돌틈 사이에서 찬바람이 나온다. 이곳에 가면 나뭇잎이 옆에서 나오는 바람에 팔랑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유심히 살펴보면 바람구멍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여름 내내 이 자리에다 평상을 놓고 여름 더위를 피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동네에 시집 온 어느 며느리의 시아버지는 여름이 되면 이곳에서 피서를 즐기는 통에 매번 점심을 이고 날랐다고 했다.

며칠전에 주변에서 독사 2마리를 본 적이 있고 돌틈 밑으로 뱀들이 꿈적거리는 모습을 본 필자로서는 그 시아버지의 배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찬바람이 나오는 이곳에는 지금도 유달리 뱀이 많아 곳곳에 ‘뱀조심’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으니 말이다.

이와함께 9곡의 가장 위쪽에 위치한 두동면 백련정 주변에서도 찬바람이 씽씽 나오는 곳이 있었는데 대곡댐 물속에 잠겨 잃어버렸다. 이곳 역시 너덜겅에서 헤쳐 나오는 찬바람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동내에서 유명세를 떨쳐 서로 이 지락에서 찬바람을 쐬기 위해 자리 잡기를 했으며, 피서지로서 한 여름이면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너덜겅 마냥 돌무더기가 계곡의 강을 이루는 듯한 돌강(block stream, 암괴류)은 약 3만년전 마지막 빙기에 형성된 화석지형으로 화강암이 비에 의해 풍화된 돌알(core stone, 핵석)과 푸석바위(saprolite, 석비레)로 구성된 풍화층이다. 풍화가 시작되면 암석의 모서리가 양파의 껍질처럼 점점 깎여서 둥근형태의 돌이 되는데 이것을 핵석이라 하며 핵석 외에 거의 부스러진 상태의 작은 모래나 진흙을 석비레라고 한다. 돌강을 이루는 암석은 너덜겅에 대비하면 돌덩이의 크기가 크며 모서리가 둥글둥글하다.

빙기를 지나면서 암석이 얼었다 녹았다를 되풀이 하는 과정에 연간 겨우 수㎝씩 아래도 이동한 뒤 빗물에 의해 푸석바위를 이뤘던 진흙이 씻겨나가면서 큰 돌만 남아 강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의 돌강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른바 부처바위니 할미바위, 흔들바위, 탑바위 등이 태어나기도 한다. 밀양 만어산 만어사 옆에 자리한 암석을 두들기면 종소리, 목탁소리가 난다는 돌무더기와 대구 비슬산의 돌무더기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돌강지대이다.

돌강 지대에는 찬바람이 헤쳐 나오는 곳이 있음이 특별하다. 찬바람은 울산 울주군 상북면의 영남알프스를 뒤로 둔 밀양의 얼음골에서도 얼음 바람을 맞을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224호로 지정되어 전국을 대표하는 여름 명소인 밀양 남명리 얼음골은 해발 1천189m의 천황산 북쪽 중턱 해발 600m지점에서 불어 나오는 찬바람에 의해 얼음골 계곡으로 이름 지어진 곳이다. 동·서·남쪽의 3면 계곡이 수십 m의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지역은 중생대 말엽에 분출한 안산암(安山岩) 층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여름 한 더위 철이면 누구나 가 보고 싶어 하는 여름피서지이다. 얼음골 주변에는 너덜겅도 자리하고 있어 그 풍경이 조화를 이룬 듯 빼어나다.

울산에서도 대표적인 암괴류지대가 여러 곳 있는 데 그 중 울주군 삼동면 정족산 비탈에 줄지어 흘러내리는 듯 모여있는 수만개의 암괴류를 볼 수 있다. 암괴류인 돌강은 정족산 남쪽 운흥사쪽에 2곳, 정족산 북쪽 보은골쪽에 4곳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에 전개된 각 바위들은 모두 모서리가 깎여 부드럽다. 정족산 모암은 7천만년전쯤 땅속에서 굳어진 흑운모 화강암으로 밝혀져 있다. 이 바위들은 온난다습한 기후에서 땅속 깊은 곳에서 풍화된 뒤 오랜 세월이 흘러 지표면에 드러난 것이다. 바위들은 3만년전쯤 한반도가 시베리아처럼 추울때 서릿발에 의해 이동됐다가 정지됐다고 한다. 바위 더미 아래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사철 들린다. 그러나 깊고 어두운 바위 틈 사이에 물은 보이지 않는다. 장롱 크기만 한 바위들이 포개져 있는 그 틈에서 울려나오는 ‘쏴~’하는 물소리에 더욱 놀라워했다. 물소리가 이렇게 크다면 어딘가 물이 흐르는 것이 보여야 할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 신기한 것이다.

올 여름 휴가는 이름조차 예쁜 너덜겅과 돌강 지대를 찾아 피서를 떠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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