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일산해수욕장에서
이번 여름은 일산해수욕장에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7.1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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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접어들었다. 하루걸러 내리는 비와 함께 여름이 시작되려나 보다.

장마와 함께 시작되는 여름은 어느새 몸과 마음을 울산 동쪽 끝의 해수욕장으로 향하게 한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보며 급해진 마음은 이미 일산 바닷가 한가운데의 작은 바위섬으로 향하고 있고 눈은 저 멀리 대왕암의 송림을 향해있다. 그렇게 동구는 여름철 내내 사람들을 반긴다.

동구라는 이름보다 방어진이라는 지명이 훨씬 살갑게 느껴진다. 방어진이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해선 많은 이설이 있다. 그 중 방어가 많이 잡혀서 방어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유독 관심이 가는 것은 이제 곧 시작될 방어잡기 체험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비록 지금은 통계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방어 어획량이 미미하지만 일제 강점기까지만 해도 방어진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고래, 고등어, 멸치 등과 함께 적지 않은 어획고를 올릴 정도로 방어는 동구하면 빼놓을 수 없는 어종이었다.

만선의 붉은 깃발을 뱃머리에 매달고 항구로 들어오는 방어잡이 어선은 풍요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흔적은 남아있다. 매년 여름 일산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열리는 방어잡기 체험이 바로 그것이다. 방어잡기 체험은 그자체로 묘한 설렘과 향수를 자극한다.

일산이란 지명에 얽힌 설화도 재미있다. 방어잡기 체험이 열리는 일산해수욕장은 신라시대 왕들이 나들이를 와서 햇빛 가림용 양산을 꽂아두었던 데서 일산(日傘)이라는 지명이 생겨났다고 한다.

1천 수백년 전 이곳에 왕과 귀족 일행이 나들이 온 모습을 상상해보라. 하지만 일산은 지금처럼 해수욕장은 아니었다. 수심이 깊지 않고 모래가 부드러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해수욕장이 됐으나 1960년대 까지만 해도 이곳은 꽤 알려진 멸치잡이 어장이었다.

봄·가을로 멸치어장이 형성되면 일산진 해안은 은빛으로 반짝일 정도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물반 멸치 반이었던 모양이다. 멸치 떼가 연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면 후릿그물로 멸치를 잡아 백사장에 그대로 말렸다.

은빛 멸치가 뜨거운 백사장에서 하얀 배를 드러낸 채 햇볕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을 것이다. 또 일산해수욕장은 숭어잡이 어장이기도 했다. 지금은 복개돼 없어졌지만 일산천의 맑은 물과 바다가 만나는 강 하류에는 봄철이면 숭어 떼가 지천으로 찾아 들었다.

바닷가로 몰려든 숭어는 맨 손으로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많았다. 숭어를 잡기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어 장관을 이루었다고 전한다. 일산 바닷가에서 수천 년을 이어오던 숭어잡기와 멸치 후리기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광경이 되었다.

일산지역이 개발되면서 옛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 하지만 맨손으로 숭어를 잡던 전통은 방어잡기 체험으로 이어져있다.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넓은 수조에서 함께 어울려 고기들을 쫓다보면 어느 듯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런 동심을 일깨우는 즐거운 방어잡기 체험이 7월 둘째 주말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일산해수욕장에서 열리고 있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대형 수조 안에서는 방어를 쫓으며 세상의 상념과 걱정을 떨쳐버린 채 두 팔을 벌려 물속을 휘저으며 달린다.

물에 쳐 박히기도 하고 때론 우스꽝스런 모습을 연출하여 물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응원하는 사람들의 힘찬 함성과 격려를 받으며 20분 여 바닷물 속을 헤매다보면 어느 듯 정해진 시간이 다지나가 버린다.

그런 흥겨운 잔치판이 끝나고 나면 두 손으로 들기조차 힘들 정도로 커다란 방어를 머리위로 들어올려 활짝 웃는 사람, 애써 잡은 고기를 놓쳐 발만 동동거리며 아쉬움을 온 몸으로 호소하는 사람. 또 이런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이 모두가 즐거운 여름날의 추억이다. 올 여름에는 일산해수욕장에서 낭만과 즐거움을 함께 느껴볼 일이다.

<유성덕 동구청 문화체육과 문화관광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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