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박문태 논설실장이 만난 열정어린 선생님, 아름다운 선생님 ⑮
[교육칼럼]박문태 논설실장이 만난 열정어린 선생님, 아름다운 선생님 ⑮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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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일으킨 ‘꽃순이’의 꽃향기

수암초등학교 채화순 선생님

‘꽃순이’는 채 선생님의 동료 교사들이 부르는 별명이다. 때로는 ‘채송화’라고도 한다. 이름의 ‘화’자에서 꽃순이가 생겼고, 채씨 성에서 채송화가 생겼다. 채 교사는 정말 특수 장애 학생들에게 꽃향기가 나는 선생님이다. 모두들 포기하는 자폐증 학생을 채 교사가 맡아서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사실, 훌륭한 교사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스타가 아니라, 가장 평범하지만 타고 나기를 아이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하고, 당연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솟아나는 선생님이다. 채 교사가 이런 선생님이다.

올해로 교직에 들어선지 28년째이다. 채 교사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 어머니 혼자서 외동딸 채 교사를 고생고생하며 공부시켰다. 화장품 장사, 가게, 여러 가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였다. 어머니가 일본에서 태어나고 생활하였던 어떤 신념이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여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는데, 마침 방송통신대학이 생기고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쳐 전공학과를 찾아보았다.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초등교육과, 당시 2년제를 택하여 공부를 하였다. 졸업이 다 되는데, 특수교사(자폐증, 정신지체아 등의 특수한 아이들을 지도하는 특수교육 전문교사) 자격시험이 있어서 응모하고, 여기저기 수소문으로 자료를 구하여 거의 독학으로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그러고서 특수학급의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채 교사가 교직을 천직으로 여겼던 증거는 돈보다 하는 일을 더 값지게 생각하는 데서 나타난다. 당시 회사에서 받던 월급보다 훨씬 적은 월급이어도 특수학급 아이들하고의 생활이, 거의 일방적 생활이지만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가난하게 자란 채 교사가 돈에 욕심내지 않고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전직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가난하게 살던 가정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허락해주신 어머니 또한 대단한 분이다.

요즈음 자아정체감이 강조되고 있다. 나는 누구이며,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어 하고, 또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마음이다. 이 자아정체감을 채 교사는 순수한 마음으로 특수학급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서 찾았다. ‘다른 아이들도 좋지만 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더 좋아’의 내가 바로 나야. 그래서 ‘꽃순이’의 향기가 학교에 풍기는 것이다.

채 교사라고 억울한 일이 없었겠는가! 한사코 망설이는 채 교사를 설득하여 하나만 들었다. 십 수 년 전, 일반학급(5학년)을 맡았을 때 당시로서는 거의 보편적이었던 보충 학습자료, 일컬어 ‘문제지’를 학생들에게 권고한 일이 있었다. 특정 문제지를 거명한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담임선생님과 하는 문제 연습만으로는 부족하니까 각자 선택하여 보충하라는 지도를 했다. 오해로 인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참교육 어머니회’ 회장을 하였던 어머니, 교육경력까지 있었던(?) 사람이 학교장에게 이를 항의 하였으나, 학교장이 채 교사의 정직함을 절대적으로 신임하고 있던 터라 별다른 제재(制裁)없이 그냥 지나치니까 교육청, 기타 여러 곳에 항의하여 아주 곤혹스러웠던 일이 있었다. 모든 것이 해명된 뒤, 그 어머니를 포용하고 진솔한 교육상담을 계속하였다. 이런 심성으로 실제 나이 10살짜리 중증자폐증 아이를 2학년 일반학급에서 한 학기 지도하여 ‘말을 하게 만들었다.’ 5년 동안 시내 사립학원에서 자폐증 지도를 받았어도 말 한마디 안하던 아이에게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채 교사를 감히 천사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채 교사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다. 천사의 손이 이 어머니에게도 닿기를 기도한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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