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사의 예술향기
시청사의 예술향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5.2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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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 그리고 그 셋째 목요일인 17일 낮 12시 20분. 울산광역시 청사 앞뜰 ‘햇빛마당’ 분수대 주위로 귀에 익은 선율이 분수처럼 뿜어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걸/사랑받는 그 순간보다 흐뭇한 건 없을 걸…”

울산의 부부듀엣 ‘프렌즈(Friends)’가 통기타와 드럼에 리듬을 얹어 소화해낸 첫 노래는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포크계의 영원한 미소년’ 김세환의 감미로운 육성은 아니었어도 달콤한 노랫말은 그대로였고, 정서를 파고드는 혼성(混聲)은 또 다른 감흥을 선사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혹은 앉고 혹은 서서 보내준 400여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았다.

햇빛마당에 쏟아진 아낌없는 박수는 ‘새들처럼’ ‘밤에 피는 장미’ ‘홀로 된 사랑’ ‘나는 못난이’ ‘저 바다에 누워’를 연거푸 뿜어내게 만들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험상궂은 표정의 하늘에 시선을 꽂으면서도 누구 하나 먼저 자릴 뜨려는 관객은 없었다. 여성 ‘통기타 솔로’가 4곡의 노래를 더 열창할 때까지도 그랬다. 분수대 쉼터의 칠순 노신사는 손바닥 박자로 신명을 대신했고,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은 청사 건너 구암문구 앞 버스 승객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객석에는 시민아카데미 수강자나 구내식당(태화강홀)의 단골식솔 ‘보험아줌마’들도 간간이 눈에 띠었다. 하지만 관객 대부분은 울산시청 공무원들이었고, 맨 앞줄 객석은 박맹우 시장과 김기수 행정지원국장, 권오영 시의회 교육위원장이 차지했다.

첫 선을 보인 프로그램은 임진왜란 때의 아픈 사연을 간직한 희귀 동백 ‘오색팔중(五色八重)’의 이름을 따서 지은 ‘오색팔중 한마당’이란 야외음악회였다. “직원들이 점심식사 뒤끝의 자투리시간을 재미있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서 순화 차원에서 배려한 거지요. 시청을 찾는 민원인과 근처에 사시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할 겸…. 저도 빠져들었지만 이번 공연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 참 대단했습니다.”

행사가 빛을 보기까지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은 박영길 총무과장의 귀띔이다. 그는 이번 행사가 행정자치부의 ‘행복하고 즐거운 직장 만들기’ 사업의 일환이라 했다. 오동호 행정부시장이 뒤에서 적극 도운 일도 털어놨다. ‘오색팔중 한마당’ 음악회는 한여름(7∼8월)과 한겨울(12∼3월)은 피할 참이다. 올해는 6월과 9,10,11월 네 차례 더 열리는 모양이다.

시청사가 예향(藝香) 그득한 공간으로 변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벚꽃 만개한 저녁나절에 진행했던 지난해 4월의 ‘벚꽃 석회(夕會)’가 그 대표적인 본보기다. 국화 향기 그윽하던 그해 가을엔 ‘가을 정취와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를 마련했다. 지지난해 초여름엔 ‘푸르름이 있는 작은 음악회’도 즐겼다. 시청 공무원들은 이미 그때부터 현악기 선율이 전하는, 꽃내음보다 더 진한 예술의 향기에 흠뻑 젖어들곤 했던 것이다.

“온통 신록으로 뒤덮인 우리 시청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을, 전엔 정말 몰랐어요.” 부부듀엣 ‘프렌즈’의 박미연씨가 오색팔중 한마당 음악회에서 끄집어낸 ‘오프닝멘트’였다. 굳이 그녀의 소감을 빌지 않아도 좋다. 신관과 구관, 그리고 의사당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울산광역시 청사가 최근 다른 지자체나 기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급부상한 점은 매우 돋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4월에만 충청남도 담당사무관과 SK울산공장 부사장이 다녀갔다. 울산중구청은 그보다 몇 달 앞서 살피고 갔다. 류준수 회계과장의 말 속에는 뿌듯한 자긍심이 배어있다. “중구청뿐 아니라 동구청, 북구청의 쾌적한 민원인 쉼터 ‘북 카페’, 그 모태는 바로 우리 시청사일 겁니다.”

벤치마킹 바람은 ‘커피 한 잔의 여유’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 ‘청사문화 갤러리 작품전’이 그 시발점인지 모른다. 청사관리팀은 빼어난 예술작품들을 본관과 구관, 의사당은 물론 연결통로에까지 전시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시 중인 작품만 해도 그림 49점, 사진 53점, 조각 7점을 합쳐 109점이나 된다. 모두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울산미술협회에서 빌려온 수준급 작품들이다.

회계과는 전시회의 7개월 연장을 결정했다. 지난해 8월 하순부터 올해 3월 하순까지 7개월간의 1차 전시기간 동안 반응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시민들은 관공서를 더 이상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여기지 않게 된 점, 이 얼마나 큰 보람입니까.” 서상호 청사관리팀장의 조용한, 그러나 뼈대 있는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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