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진보, 보따리를 싸라
참 진보, 보따리를 싸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5.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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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글리 코리안’들을 보았다. 그것도 여러 차례 똑똑히 눈여겨보았다. 이런 볼썽사나운 장면들이 또 한 번 외신까지 탔을 것을 생각하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이번 사태를 14일자 중앙지들이 앞 다투어 대서특필했다. 지난 12일 난장판이 된 통합진보당 제1차 중앙위원회에 대한 보도들이었다.

‘이 장면, 올 대선 구도 흔드나’로 시작된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는 제목보다 사진이 가히 전율적이었다. ‘당원에 머리채 잡힌 당대표’란 소제목의 사진설명은 “당권파로 보이는 한 여성이 회의 도중 의장석으로 뛰어들어 조준호 공동대표의 머리끄덩이를 뒤에서 잡아당기고 있다”였다.

조선일보는 1면 ‘NEWS & VIEW’란에 ‘통합 주먹黨’이란 제목을 달고 그 아래 ‘머리채 잡힌 조준호, 안경 벗겨진 유시민’의 사진을 올렸다. ‘진보라는 그들의 회의… 뜯고 때리고 폭력으로 아수라장’이란 제하에 흘린 첫머리 기사는 이랬다. “당 장악 세력인 민주노동당 출신 NL계열이 완전히 고립되면서 폭력과 자해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폭력 진보 ‘수구좌파’의 민낯’이란 제목 아래 ‘안경 날아간 유시민 수난’이란 설명이 붙은 폭행 장면 사진을 실었다. 3면 기사에선 ‘내내 구호·욕설→단상 점거→조·유(조준호·유시민) 머리채 잡고 발길질’이란 제목으로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전했다.

이쯤 되면 통합진보당은 분당(分黨) 일보직전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공동대표와 이석기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가 중심인 당권파와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가 중심인 비당권파가 서로 결별(訣別)의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1차 중앙위가 난장회의로 끝난 직후 비당권파가 서둘러 비상수습책을 마련하긴 했다. 하지만 전자투표를 ‘원천무효’로 간주하는 당권파의 거센 거부반응은 접점 찾기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서로 보따리 쌀 일만 남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은 14일 재빨리 논평을 냈다. 울산시당은 “이번 사태로 울산시민들에게 대단히 송구스럽고,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노동자·서민을 위한 진보정치를 다시 세운다는 각오로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중심으로 단합하고 쇄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도덕성을 우위에 놓아야 함에도 그 진위야 어찌됐든 이번 사태는 시민 여러분들에게 많은 걱정과 함께 실망을 안겨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참회했다.

그러나 이 논평은 국민참여당계 고성준 공동대변인 1인의 명의로 나왔을 뿐이어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실세인 민주노동당계는 이름에서 빠진 것이다. 다만 진보신당 탈당파인 노옥희 전 울산시당 공동위원장만은 12일 중앙위 현장에서 페이스북 생중계로 자신의 심경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그는 아수라장이 된 회의장 사진과 함께 “회의장 분위기가 막장 드라마 같다”, “이정희 대표는 미리 자리를 떠 이 같은 사태를 만들었다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진석 남구지역위원장은 “중앙위가 중단돼 안타깝다”는 짤막한 글을 적었고, 어느 당원은 “생방송을 보다가 꺼 버렸다”며 “당을 말아먹는 행동”이란 댓글을 이 글에 달았다. 다른 전·현직 당직자들도 책임 있는 태도 표명이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이 있다.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다. 그 구성원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권을 잡겠다고 기울이는 노력을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정치인들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률을 요구하는 것은 이미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우물 안 개구리’로 남기를 고집하고 있다. 비례대표 경선이 부정선거로 얼룩졌다는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정면 거부하고 억지 부리는 모습을 감히 무슨 말로 해명할 것인가.

상식적인 국민들은 그들의 언행을 모처럼 획득한 그들 몫의 국회의석과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최후의 몸부림으로 본다. 그들의 존재를 있게 만든 민주노총의 고언에도 등을 돌리는 모습을 다수의 국민들은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참된 진보정치’를 꿈꾸는 구성원들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당권파와의 결별을 과감히 선언하는 용단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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