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보다 잿밥
염불보다 잿밥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2.05.0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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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비리는 잊을만 하면 터지는 고질적 병폐다. 울산 남구 산호재건축조합이 이런 열패감을 안긴다.

조합장이 업체로부터 5천만원대 향응을 받았다는 폭로가 나오면서다. 한 새시업체 대표는 2년간 조합장의 뒷수발에 동원됐다. 그 대가는 40억짜리 공사에 대한 헛된 기대뿐이었다.

‘팽(烹)’ 당한 업체 사장의 분풀이는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었다. 조합장과의 대화 녹음파일, 수십장의 접대 영수증, 조합원에게 써 준 접대사실 확인서까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었다. 그 덕에 진실의 일부분이 드러났다. 새시업체가 조합장의 약속대로 공사를 수주했다면, 묻힐 뻔한 일이었다. 조합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조합장의 사퇴를 논의하는 이사회는 조합장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조합 임원들의 내홍은 생각보다 깊었다. 본지에는 조합원들의 답답한 호소가 이어졌다. 이사회가 제구실을 못한데 대한 원망이었다. 본질을 호도하는 세력은 극성이었다. 새시업체가 거짓말을 한다는 일방적 주장이 조합측 홈페이지에 여러 건 게재됐다. 조합장의 해명을 촉구하고, 진실을 가리자는 목소리는 해사(害社)행위인양 몰렸다. 이로 인해 조합원들은 갈팡질팡 속앓이만 하고 있다.

최근 새시업체와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제보가 본지에 잇따르고 있다. 이미 조합 측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한 듯하다. 보금자리의 꿈은 추잡한 욕심에 침범당해 변질될 위기에 놓였다. 조합원들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피해자인 동시에 해결주체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산호재건축조합이 바른 길로 가는 변곡점(變曲點)이 되어야 한다. 그냥 묻어두고 가면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진실을 밝혀주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은 차제에 버려야 한다.

누군가는 이런 생각에 기대 오늘도 염불보단 잿밥에 관심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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