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졸 아들도 생산직 채용해주세요”
“4년제 대졸 아들도 생산직 채용해주세요”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2.04.30 21:57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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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지원받아 얻은 학력이 취업 걸림돌 하소연
현대차노조 조합원 부인들과 첫 간담
“4년제 나와도 생산직으로 넣어주면 안되나요?” , “주간2교대가 시행되면 우리 남편은 언제 퇴근하는 건가요?”

강성 노조의 대명사 현대자동차노조가 ‘안방 마님’들의 질문 공세에 진땀을 뺏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지부장 문용문)는 최근 조합원 부인들을 대상으로 ‘들꽃기행’과 ‘임원 간담회’를 잇따라 열었다. 일명 ‘조합원 부인 의식화 강화’ 사업. 사업 명칭은 서늘하지만, 취지는 “가정이 화목해야, 노조도 잘된다”는 것이다. 노조 설립 이래 처음으로 마련한 행사다.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 부인들은 문용문 지부장을 비롯, 노조 임원들을 만나 현실적 고민을 털어놓았다. 주로 밤샘근무를 없애는 주간연속2교대제와 신규채용에 관한 것이었다.

30일 권오일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생산직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인들의 요구가 많았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직원자녀 3명까지 대학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또 현대차는 생산직을 뽑을 때 고졸부터 전문대 졸업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 부인은 4년제 대학을 보낸 것이 오히려 취업제한이 되는 것을 하소연하는 모양이다.

현대차 생산직은 요즘같은 취업난에 ‘꿈의 직장’으로 통한다. 동종업계에서 최고 대우다. 지난해 노사간 임단협과정에서 논란이 된 노조의 ‘고용 세습’ 요구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그러나 입사요건은 고졸 또는 전문대졸로 제한돼 있다. 특히 현대차는 올 들어 8년만에 생산직 신규채용 계획을 밝힌 상태다.

간담회에서는 밤샘근무를 빨리 없애달라는 요구도 잇따랐다.

권 실장은 “야간근무에 시달리는 가장이 걱정되는 게 당연하다”며 “이에 따라 주간2교대 시행에 대한 노조의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약 교섭에서 주간2교대 시행건도 다루기로 했지만 근로형태 등을 놓고 사측과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이번 사업의 메인행사인 들꽃기행은 지난 23일과 25일 두 차례로 나눠 이뤄졌다. 조합원 부인 80여명이 언양 작천정과 통도사 서운암 일대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문용문 지부장은 “현대차 조합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까닭없는 비난을 감수하는 것에 대해 늘 미안하다”며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노력으로 조합원과 가족이 자부심을 갖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행사에 대한 조합원과 가족의 호응이 높은 점을 고려해 앞으로 사업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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