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사용하는 모든 생활도구 기본형태
구석기시대 손쓴 사람의 돌맹이에서 고안
현대인 사용하는 모든 생활도구 기본형태
구석기시대 손쓴 사람의 돌맹이에서 고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4.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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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고 견고한 성질 쓰임따라 직접 가공
인류사 가장 위대한 ‘돌 도구의 시대’ 개막
문명사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것은 석기들이다. 가장 이른 시기의 도구인 석기는 하나같이 그것의 어디까지가 자연 그대로이며 또 그것의 어떤 부분에 인공이 가미된 것인지를 비전문가들이 구분해 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석기와 더불어 동물의 뿔이나 뼈 등도 유용하게 활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사람이 손을 자유로이 쓸 수 있게 된 이후, 첫 번째로 남겨진 도구들은 대체적으로 소위 ‘원석기’라 불리는 크게 가공되지 않은 돌멩이들이었다. 그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 바로 박물관에 진열된 석기들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박물관은 선사 및 고대 인류의 정신 및 물질문화의 소산인 유물들을 수집, 연구, 보존 그리고 전시하는 기관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박물관에는 가장 오래된 유물부터 차례로 이어진 시기들의 물질문화 유산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것들을 통해서 인류가 걸어왔던 장구한 문명사의 여정을 살필 수 있다. 특히 석기시대 유물 전시실 가운데는 문명의 여명기에 사람들이 사용하였던 돌맹이나 뼈 그리고 뿔들로 만든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들은 그 하나하나의 유물 속에서 인류의 선조들이 겪었던 온갖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서 정형화된 각종 도구의 원형들을 살펴낼 수 있다.

이미 앞에서도 기술한 바가 있듯이, 최초의 ‘손쓴 사람’은 아마도 껍질이 딱딱한 열매의 속살을 먹으려면 그 껍질을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며, 나무 꼭대기에 달려 있는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그것을 향해 돌맹이를 던지면 된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에 따라서 그는 껍질을 깨뜨리기에 알맞고 또 던지기에 적당한 돌맹이를 찾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손으로 잡거나 쥐고 쓰기에 편리한 도구의 모양을 이미지화 하였을 것이다.

물론, 딱딱한 껍질을 깨뜨리기에 알맞은 돌맹이와 열매를 따거나 주변의 동물들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한 던지기용 돌맹이의 생김새가 서로 같을 수 없었다. 상대에게 타격을 가하는 것과 잡아서 던지는 것 사이의 차이를 사람들은 구분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서 그는 그 쓰임에 적당한 모양의 돌맹이를 적극적으로 구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 나뒹구는 자연 그대로의 돌맹이들이 언제나 도구로서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런 까닭에 그는 스스로 그가 쓰고자 하는 모양의 도구를 만들기 위하여 돌맹이를 직접 가공하기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그는 보다 적극적으로 그가 주변에서 구한 돌맹이 가운데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또 용도에 맞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그것을 가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쓰고자 하는 돌맹이 가운데서 필요없는 부분을 때리거나 쪼아서 없애는 방법이었으며, 물론 필요한 모양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다듬기 등의 방법으로 정교한 뒷마무리를 하였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 그는 이전에 단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또 알지도 못했던 돌의 또 다른 성질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돌맹이의 표면 속에 감춰져 있던 날카롭거나 뾰족함 등이었다.

돌맹이를 깨뜨리자, 그 속에는 찌르거나 자르고 또 다듬거나 갈아낼 수 있는 날카롭고도 예리하며 또 견고한 성질들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문명의 여명기에 남겨진 도구들에는 모두 그와 같은 기능들이 강조되어 있으며, 놀랍게도 그러한 기능들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사람들이 추구해 온 도구들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바로 때리고 쪼고 가르며 나누는 것이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그와 같은 점 때문에 석기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창작물 가운데 하나였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그와 같은 돌의 성질을 파악하게 되자, 곧장 인류사에서 가장 위대한 돌 도구의 시대(石器時代)가 개막되었다.

사람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돌맹이를 깨뜨리고 불필요한 부분을 때려내면서 그들이 쓰기에 알맞은 모양의 도구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그때까지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는 모양의 도구들이 제작되기 시작하였다. 찌르개, 긁개, 자르개 그리고 갈판 등 오늘날의 칼이나 톱. 송곳 그리고 분쇄기 등에 해당하는 각종 도구의 고형들이 그렇게 고안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실제 생활에 활용되자 인류의 생활 방식은 순식간에 그리고 획기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도구라고 하는 문명의 이기(利器)들은 그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졌다. 물론 도구는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수행하기 위하여 쥐거나 잡기 좋고 또 쓰기에 편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고안은 무언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끌어낸 생각과 고민들의 덩어리이다. 그것은 언제나 주어진 환경과 그 속에서 구할 수 있는 원자재 등 자원과 그것을 쓸 사람 그리고 용도 등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기 위하여 쓸 것인가, 누가 언제 쓸 것인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며 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언제나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남긴 최초의 도구를 살펴보면, 그것들이 비록 거칠고 또 조야할지라도 그 지향점은 언제나 어떤 한 쪽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공격용 기능이 강조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최초의 도구들은 대부분 때리거나 찌르는 등의 상해를 입힐 의도를 지니고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경과되고 또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사람들은 날카로움과 뾰족함 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보다 세심한 시도들을 감행하였던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용도에 따라 도구들의 기능의 세분화가 지속되었다.

그리하여 돌로 만들어진 칼, 도끼, 화살촉, 톱, 괭이, 보습, 그리고 분쇄용 갈판 등이 하나씩 차례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것들을 인류가 처음으로 쥐고 또 사용하였던 원석기와 견주어 본다면,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각종 도구들의 기능 세분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졌음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석기 시대의 인류가 도안하였고 또 제작하였던 그와 같은 도구들이 청동기와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외형적으로는 어떻게 변화되었고 또 오늘에 이어져 왔는지를 살펴본다면, 우리들은 이미 이른 석기시대에 모든 도구의 기본형들이 정형화되었음도 읽어낼 수 있다.

이렇듯, 도구가 등장하게 되자 인류는 반자연의 길을 보다 빠른 속도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용도에 따라 세분화된 각종 도구들은 사냥의 효율성 및 식량의 생산성 등을 높여주었다. 그에 따라서 여분의 식량이 비축되기 시작하였고, 또 그것을 보존하기 위한 저장 및 가공 기술이 뒤따라 고안되었으며, 그와 관련된 각종 공장들이 세워졌다. 마을이 생기고, 시장이 생겼으며, 의례를 거행할 집단의 성소도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기능이 분화된 직능 단체들이 생겼으며 또 그것들이 모여서 조직화된 공동체 문화가 창출되었다. 이와 같은 일들은 손쓴 사람들이 도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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