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직후 통신사 ‘뉴시스’가 ‘시민단체, 낙선운동 벌였지만… 영향력 미미’란 제목으로 내보낸 기사의 첫머리다. 이어지는 결어(結語)에는 주목할 만한 시사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낙선운동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낙선후보 명단도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2000년 총선에서 총선연대가 86명의 낙선후보 명단을 작성했을 때 이 명단에 오른 후보들의 낙선율은 70%에 달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주요 단체들이 발표한 명단의 ‘명중률’은 이보다 크게 떨어졌다.”
뉴시스에 따르면, 시민사회단체는 진보성향의 단체와 보수성향의 단체, 이 둘로 나뉜다. 진보단체는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1천여 개 단체가 모여 ‘2012 총선유권자 네트워크(총선넷)를 구성했고, 이 총선넷을 중심으로 이전보다 더 조직적으로 낙선운동에 나섰다. ‘정조준’ 대상은 여권 후보였다.
총선넷은 여권 후보를 중심으로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될 55명의 후보’를 선정하고 이 가운데 10명을 ‘집중심판’ 대상으로 점찍었다. 55명 중에서는 15명(27%)만 떨어졌고, 집중심판 대상도 3명(30%)만 낙선했다. 총선넷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한미FTA, 4대강, 비정규직 차별, 반값등록금, 검찰개혁 등 다양한 정치적 의제들을 정치 쟁점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핵심 쟁점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했다”고 자평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가 선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나쁜 친구’ 10명 가운데 낙선자는 단 1명뿐이었다. 민주노총이 지목한 ‘반노동 후보’ 11명 중에서는 6명(55%)이 낙선해 그나마 절반을 가까스로 넘겼다.
보수단체 상당수도 낙선운동으로 맞불을 놓았다. ‘심판’의 대상은 주로 야권연대 후보들이었다.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 K’ 등 보수단체들은 129명을 ‘반(反)대한민국 심판 명단’에 올렸다. 이 가운데 35명을 ‘핵심심판 인물’로 찍었으나 25명(71%)이 당선되고 10명(29%)만 낙선했다. ‘스토리 K’ 대표는 “과반수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유권자들과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자리였다”고 스스로 점수를 매겼다.
기독교사회책임과 선민네트워크 등 10여 개 교계 및 기독교시민단체로 구성된 기독교유권자연맹은 ‘기독교 유권자들이 낙선시켜야 할 후보자 10명’을 지명했다. 총선 결과 이들 중 4명(40%)이 낙선의 고배를 들었다. 300여개 보수단체들이 연합한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은 보수성향 후보를 대상으로 한 ‘당선운동’까지 벌였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울산에서는 주로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여권 후보 또는 설문조사에 답하지 않은 후보를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새누리당 싹쓸이 당선’이란 씁쓸한 결과뿐이었다.
울산지역 단체들은 대부분 그 단체의 ‘정책제안’ 혹은 ‘정책질의’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형식을 취했고, 반대 의견을 내거나 답변을 하지 않은 후보는 무조건 낙선운동 대상에 포함시켰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울산연대’와 ‘울산99%장애민중선거연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그랬고 대표적 단체인 울산시민연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진보성향 단체들의 정책제안은 동의하고 받아들일만한 모범답안이 많다. 그럼에도 국회의원 신분의 여권 후보들은 ‘낙선운동’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답변을 거부했다. 이들 단체들이 제안한 정책을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거나, 이들 단체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작용했거나, 둘 중 하나일 개연성이 높다.
여권 인사들에게 비쳐진 울산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자 ‘한 통속’일 뿐이다. ‘야권의 전위부대’라는 인식이 강하다. 단체명에 따라붙는 ‘풀뿌리’란 수식어는 특정 정당의 하수인처럼 각인된 지 오래다.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활동가’들에게 있다는 지적이 있다. ‘편파성’과 ‘좌편향’에서 벗어나 가치중립적 단체로 거듭날 때라야 여권의 호감이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