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운동, 그 허와 실
낙선운동, 그 허와 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4.1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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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에서 시민사회단체의 낙선운동은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전개됐다. 참여한 시민단체는 2천 곳에 이르렀고, 이들이 내놓은 살생부는 100여 개에 달했다. 2000년 총선 당시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한 총선연대가 처음 시작한 낙선운동은 이제 주요 선거 때마다 실시되는 시민단체의 정치활동으로 자리잡았다.”

4·11 총선 직후 통신사 ‘뉴시스’가 ‘시민단체, 낙선운동 벌였지만… 영향력 미미’란 제목으로 내보낸 기사의 첫머리다. 이어지는 결어(結語)에는 주목할 만한 시사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낙선운동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낙선후보 명단도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2000년 총선에서 총선연대가 86명의 낙선후보 명단을 작성했을 때 이 명단에 오른 후보들의 낙선율은 70%에 달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주요 단체들이 발표한 명단의 ‘명중률’은 이보다 크게 떨어졌다.”

뉴시스에 따르면, 시민사회단체는 진보성향의 단체와 보수성향의 단체, 이 둘로 나뉜다. 진보단체는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1천여 개 단체가 모여 ‘2012 총선유권자 네트워크(총선넷)를 구성했고, 이 총선넷을 중심으로 이전보다 더 조직적으로 낙선운동에 나섰다. ‘정조준’ 대상은 여권 후보였다.

총선넷은 여권 후보를 중심으로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될 55명의 후보’를 선정하고 이 가운데 10명을 ‘집중심판’ 대상으로 점찍었다. 55명 중에서는 15명(27%)만 떨어졌고, 집중심판 대상도 3명(30%)만 낙선했다. 총선넷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한미FTA, 4대강, 비정규직 차별, 반값등록금, 검찰개혁 등 다양한 정치적 의제들을 정치 쟁점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핵심 쟁점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했다”고 자평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가 선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나쁜 친구’ 10명 가운데 낙선자는 단 1명뿐이었다. 민주노총이 지목한 ‘반노동 후보’ 11명 중에서는 6명(55%)이 낙선해 그나마 절반을 가까스로 넘겼다.

보수단체 상당수도 낙선운동으로 맞불을 놓았다. ‘심판’의 대상은 주로 야권연대 후보들이었다.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 K’ 등 보수단체들은 129명을 ‘반(反)대한민국 심판 명단’에 올렸다. 이 가운데 35명을 ‘핵심심판 인물’로 찍었으나 25명(71%)이 당선되고 10명(29%)만 낙선했다. ‘스토리 K’ 대표는 “과반수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유권자들과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자리였다”고 스스로 점수를 매겼다.

기독교사회책임과 선민네트워크 등 10여 개 교계 및 기독교시민단체로 구성된 기독교유권자연맹은 ‘기독교 유권자들이 낙선시켜야 할 후보자 10명’을 지명했다. 총선 결과 이들 중 4명(40%)이 낙선의 고배를 들었다. 300여개 보수단체들이 연합한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은 보수성향 후보를 대상으로 한 ‘당선운동’까지 벌였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울산에서는 주로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여권 후보 또는 설문조사에 답하지 않은 후보를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새누리당 싹쓸이 당선’이란 씁쓸한 결과뿐이었다.

울산지역 단체들은 대부분 그 단체의 ‘정책제안’ 혹은 ‘정책질의’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형식을 취했고, 반대 의견을 내거나 답변을 하지 않은 후보는 무조건 낙선운동 대상에 포함시켰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울산연대’와 ‘울산99%장애민중선거연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그랬고 대표적 단체인 울산시민연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진보성향 단체들의 정책제안은 동의하고 받아들일만한 모범답안이 많다. 그럼에도 국회의원 신분의 여권 후보들은 ‘낙선운동’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답변을 거부했다. 이들 단체들이 제안한 정책을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거나, 이들 단체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작용했거나, 둘 중 하나일 개연성이 높다.

여권 인사들에게 비쳐진 울산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자 ‘한 통속’일 뿐이다. ‘야권의 전위부대’라는 인식이 강하다. 단체명에 따라붙는 ‘풀뿌리’란 수식어는 특정 정당의 하수인처럼 각인된 지 오래다.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활동가’들에게 있다는 지적이 있다. ‘편파성’과 ‘좌편향’에서 벗어나 가치중립적 단체로 거듭날 때라야 여권의 호감이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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