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나들이
봄꽃나들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4.1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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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마당의 잔디밭에 풀이 쉼 없이 올라오기에 그 자리에다 고구마를 심었는데 하얀 꽃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 자랑한 적이 있다. 소리 없이 피어나서 우리들의 심성을 아름답게 만져주는 꽃 중에서 봄에 피는 꽃이 그럴 수 없이 고귀하게 여겨진다.

울산의 여러 곳을 다니면서 만나는 봄꽃 중에 서생포왜성의 성곽 밖 해자(垓字)를 오르면서 만난 노루귀와 얼레지, 그리고 청매실나무에 핀 꽃이 퍽 화사했다.

꽃말이 당신을 믿는다 그리고 신뢰한다라는 노루귀를 보면 긴 겨울을 이기고 나왔어요, 부디 그 인내를 지켜주시고 뽑아 내지 마시라는 부탁을 듣는 듯하다.

얼레지는 비록 연약하기 그지없으나 겨울 내내 꽝꽝 언 흙더미를 뚫고 내민 얼굴이 유난히 매력적이다.

동국세시기에 삼월 청명(淸明)일이 오면 느릅나무와 버드나무에서 불을 일으켜 각 관청에 나누어 준다. 그리고 농가에선 이날부터 봄갈이가 시작되며, 분홍 복사꽃이 떨어지기 전에 하돈(河豚=복어)에 파란 미나리와 기름과 간장을 섞어 국을 끓이면 그 맛은 참으로 진기하다고 입맛을 되새기고 있다. 울산의 온산읍 해안 일대가 중화학공업단지로 형성되기 전에는 달포와 우봉마을의 복어는 전국적으로 유명했었으며, 1960년대에 전국 복어 어획고의 절반이 이 지역에서 이루어졌다고 전해준다.

봄미나리라면 살얼음 속에 자란 청청한 언양미나리와 쌍벽을 이루는 망해사 절골미나리도 유명하다. 온산바다의 봄멸치와 봄미나리를 초고추장과 함께 비며 먹으면 비길대 없는 미각이 되살아난다. 산과 들에 질청 없이 돋아나는 냉이와 지칭개 나물은 봄의 춘곤증을 이겨내는데 더할 나위없는 밥상이 된다.

서생포왜성 주변에서 대충 50여종의 봄철 야생화를 보았는데 대개 노랑색 꽃을 피운다.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서로의 다른 점을 자랑하고, 씀바퀴, 엉겅퀴, 냉이, 고들빼기, 민들레는 잎과 뿌리로서 서로의 특이성을 내세운다. 그 중에서도 왜성 중턱에 핀 분홍 진달래가 잎의 보살핌 없이 먼저 씩씩하게 피어 봄의 전령사로서 자기의 몫을 다하고 있다.

왜성 근처 서생포만호진성에서 만난 야생초는 다닥냉이, 냉이, 현호색과 더불어 싹을 티울 준비중인 물오른 배나무의 새순은 올 여름을 튼실하게 견뎌낼 힘을 불퉁하니 솟아내 보이고 있다. 구석구석 제 생명을 다한 나무 곁엔 운주버섯이 기대어 거주하고 있었고, 바로 위엔 오리나무의 새순이 추운 초봄의 털옷을 벗고 있는 듯하였다.

서생의 이길봉수대에는 노란 세잎양지꽃과 부지깽이나물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으며 여러 종류의 제비꽃은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봄에 피는 야생초 중에선 누가 뭐래도 쑥을 빼 놓을 순 없다. 삼국유사의 기이편 권 제1 고조선조의 단군신화에서 환웅(桓雄)이 준 신령스런 쑥 한 다발을 곰이 받아먹고 3·7(21)일 동안 참은 끝에 여자의 몸이 되었다는 그 쑥은 하늘이 사람에게 준 가장 값진 선물로서 식용과 약용으로 두루 필요한 식물이다. 한방에선 쑥을 애엽(艾葉)이라 하며 본초학(本草學)에 의하면, 천지의 양기를 가지며 특히 약쑥은 부인들의 체질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봄철 어린 쑥과 봄 바다에서 잡아 올린 도다리를 넣어 끓인 도다리쑥국은 그 향에 반하고 잘근잘근 씹히는 미각 또한 최고다. 해안 지역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반기는 봄국이 아닐까. 애탕, 쑥죽, 쑥개떡 등은 오래전 우리들이 즐겨 먹은 봄철음식이다.

울산 지역에서 특히 쑥이 많이 자란다하여 애전(艾田)이란 이름을 얻은 곳이 지금의 북구 해안 애전부두 부근이다. 이곳에 가면 예전부두라는 안내판이 보이는데 애전의 잘못된 표기이다.

밭고랑에 외로이 벌벌 떨며 겨울을 지낸 배추 꽃대에서 겨울 김장배추장수의 변덕스러움을 읽기도 하고, 옹기마을의 어느 양지바른 꽃밭에다 옮겨 놓아 맥없이 죽쳐져 있는 할미꽃을 보면 욕심을 버리라라는 메시지를 듣기도 한다. 얼핏 노오란 봄꽃의 아름다움에 취해 동백과 장미를 헷갈리듯 말해도 봄꽃은 사람의 심성을 예쁘게 다스리는 특효약이 아닐까? 봄나들이 주제를 야생초에 두고 떠나보기를 추천해 본다.

전옥련

울산문화관광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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