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녀(淸掃女)의 꿈
청소녀(淸掃女)의 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4.0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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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단일후보 논란’이 얼마 전 중앙선관위의 결정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합리적 보수’를 기치로 내세운 국민생각이 ‘야권단일후보’ 용어를 사용하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대표를 허위사실 공표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소한 직후의 결정이었다.

중앙선관위 전체 위원회의는 지난달 30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공식적 합의에 따라 단일화되어 등록한 후보자가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그 선거구에 다른 야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가 있는 경우에도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했다. 그런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논란은 울산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은 ‘야권후보단일화’를 선언하면서 진보신당 울산동구 시의원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무소속 후보의 주장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무소속 이성규 후보가 자신도 야권 후보라며 진보신당 김원배 후보를 비판한 사실이 그 흔적이다.

용어를 둘러싼 설전이 진행되자 김 후보는 ‘야당단일후보’, 당시 이 후보는 ‘진보단일후보’란 표현을 따로따로 구사하는 웃지 못 할 일도 생겨났다. 한데 아직까지도 ‘야권단일후보’ 사용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된 정당이 있다. 바로 김 후보가 속한 ‘진보신당’이다.

4·11총선에서 울산에서는 진보신당 후보가 둘이나 출사표를 던지고 완주(完走)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향희(전 사회당 울산시당위원장) 중구 후보와 권진회(진보신당 울산시당위원장) 남구을 후보가 그들이다. 이들의 존재가 야권 후보들에게는 눈엣가시로 비치기도 한다.

민주통합당 송철호 중구 후보와 통합진보당 김진석 남구을 후보의 표밭을 비록 한 자릿수라지만 잠식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표가 아쉬운 마당에 이들의 완주는 여당 후보에게 어부지리(漁夫之利)의 선물을 헌납하게 될 것이라고도 보기 때문이다.

사실 진보신당의 두 후보는 울산에서 당선을 목표로 출마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정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들의 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 ‘비례대표 후보의 원내 진출’이다. 이들이 뜻하는 바가 이뤄지려면 전국의 지역구에서 1석이라도 건져야 하고, 정당득표율이 3%를 넘어서야 한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경남 거제에서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김한주 후보가 원내 진출에 거뜬히 성공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거제는 지지도가 높은 진보신당 후보를 중심으로 야권후보 단일화가 추진됐고, 그 결과는 김한주 후보에게 ‘야권단일후보’ 명칭 사용권을 선물로 안겨다 주었다.

그렇다면 전국의 진보신당 후보들이 사력을 다해 ‘정당득표’에 열정을 쏟으면서 원내 입성을 기대해 마지않는 비례대표 후보는 누구일까. 바로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 3명 중 추천순위 1번인 김순자 후보다. 그는 누구인가. 그 해답은 9일 오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울산지역 노동자 1천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을 가진 ‘노동활동가’들의 선언에서 건질 수 있다.

이들은 말했다. “김순자가 누구입니까? 2007년, 비정규직 악법이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을 짓밟고 있을 때, 재벌정치인에 맞서 노동조합의 깃발을 들고 일어나 70여일 간의 투쟁으로 마침내 ‘부당해고 철회, 원직 복직’으로 승리했던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였습니다.”

박유기, 김광식, 김정한, 황보곤, 박병석씨 등 이른바 ‘김순자 후보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민주통합당, 심지어는 한때 우당(友黨)이었을 법도 한 통합진보당까지 고운 눈으로 보지 않는 제3의 노동세력, 소위 ‘현장파’들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통합진보당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어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깃발을 들고 노동해방을 외치더니, 오늘은 신자유주의라는 칼날로 노동자를 도륙했던 그 주체들(민주통합당)과 아무런 반성 없이 하나가 되어 무조건 ‘심판’만 하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들 현장파들이 갈구하는 김순자 후보가 선거일을 하루 앞둔 10일 울산을 다시 찾는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함께. 그리고 ‘정당투표’를 호소할 것이다. 원내 입성을 가능케 해 달라고.

그러나 울산의 유권자들이 얼마만큼 이들을 눈여겨보고 귀를 기울이고 밀어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들의 염원이 염원으로만 끝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야권 후보들까지 ‘물귀신’처럼 주저앉게 만들지 어떨지도 아무도 모른다.

다만 청소녀(淸掃女) 김순자를 지지하는 1천인의 현장노동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고스란히 남을 것이다. 그리고 지지자들의 이런 소망도 함께 남을 것이다. “울산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장 김순자! 그가 국회로 들어갈 때 대한민국에 희망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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