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조바심이 참사 불렀다
‘국내 최초’ 조바심이 참사 불렀다
  • 정인준 기자
  • 승인 2012.04.0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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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섬유산업 중요성 부각 재투자 추진
이호진 회장 구속·라이벌 효성 진출 잇단 악재
가시적 성과 위해 시험가동 단축 출시 서둘러
▲ 지난 6일 낮 12시 45분께 남구 선암동 태광산업 내 탄소섬유 제조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병원 구급차량이 부상자들을 이송하고 있다. 김미선 기자
지난 6일 폭발사고를 낸 태광산업 탄소섬유 공장은 ‘국내 최초‘라는 조바심이 참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이호진 회장 일가가 분식회계로 구속된 상태에서, 국내 최초 탄소섬유 생산이라는 이슈는 대내외적으로 경영공백을 메우고 태광산업의 건재를 과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은 지난달 30일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사실 태광산업의 탄소섬유 생산은 새로울 게 없다. 태광산업은 1990년 국내 유일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업체였다.

하지만 일본의 도레이에 밀려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 산업용 섬유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다시 탄소섬유를 신성장 동력으로 재투자한 것이다. 섬유업계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효성이 탄소섬유 시장에 진출한 것도 태광산업에 자극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효성은 지난달 초 전주에 탄소섬유 공장을 착공했다.

이번에 폭발사고가 난 탄소섬유 공정은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 털실이나 이불 등을 만드는 원료)을 불활성(화학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1천~1천500℃로 가열해 탄화시키는 공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차 사고조사에서 ‘오븐 과열’로 추정했다. 그러나 아직 기계설비의 하자인지, 기계조작 실수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설비 전문가는 “압력이나 온도에 오븐이 견딜 수 있는 기계설비 제작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태광산업은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3~4개월간 시험생산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폭발은 단정할 수 없지만 설비제작의 결함보다는 인재쪽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회장 일가가 구속돼 업무공백이 생긴 상태에서 탄소섬유 사업을 가시적으로 추진했다”며 “이에 따른 그룹 임원들의 압박도 상당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특히 울산공장은 상업생산을 앞두고 초긴장 상태를 유지했었다”며 “신제품 출시는 최소 6개월 이상 시험가동 등을 하는 데 태광산업의 시험가동은 좀 짧은 면이 있었다”고 전했다.

사고 당일 간부들이 경찰의 사고조사를 막은 것은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었겠지만, 작업자들의 과실 유무를 은폐하기 위한 의도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인준·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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