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에 둘러싸이고 싶은 울산의 꿈
수림에 둘러싸이고 싶은 울산의 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4.0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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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자는 제안이 신선하다. 대통령의 구상은 국내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에 조림을 하느니 북한 땅에 하자는 것이다. 햇볕정책 옹호론자들이 경탄할만한 제안이다.

톡톡 튀는 공약에 목말랐던 국회의원 후보 가운데도 무릎을 친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 제안이 싹을 틔우면 남북관계 개선이나 국토의 건전한 보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에도 이런 미래지향적인 큰 구상이 필요하다.

울산의 ‘울’ 자는 고을이름 ‘울’이지만 한자 울(蔚) 자의 풀 초(艸) 변이 지시하듯 숲이 우거진 고을이란 뜻도 있다. 울산의 원형은 숲이 우거진 고을이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울산사람이라면 울산을 숲의 울타리로 감싸고 싶은 원초적 열망이 있다. 도심을 둘러싼 산악군을 온전한 숲으로 가꾸면 진정한 울산(蔚山)이 될 것이다. 울산이 공장도시인줄 알고 찾아온 외지인도 그렇게 가꿔진 울산의 숲을 보게 된다면 깊은 호감을 가질 것이다.

한 집의 울타리는 수목으로 둘러칠때 가장 좋고, 그 다음이 흙과 돌로 감싸는 것이다. 시멘트와 같은 인공재료로 벽을 치는 것은 최하위다.

동백나무 옥잠화 대나무로 울타리를 한 집은 향기가 나고, 친자연적 삶이 우러난다. 가정도 그렇듯이 도시 울타리도 거대한 수림으로 감싼다면 도시인의 삶이 한결 포근할 것이다.

울산이란 도시는 두겹의 둥근 숲이 환상형(環狀形)으로 감싸고 있는 형태다. 안쪽은 문수산 무학산 함월산으로 이어지는 그린벨트다. 바깥쪽은 영남알프스와 치술령 동대산으로 연결되는 둥근 고리다.

이 두겹의 띠가 완전한 숲을 이루는 것을 열망한다. 거기에 더해서 해변에 방풍·방조림이 둘러 싼다면 완성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최근 들어 이런 큰 그림을 본적 없다. 40여년전 박정희 대통령은 땔감이 없어 어려울때도 개발제한구역을 설정하는 용단을 보였다. 그보다 수백년전 전 해안촌 주민들은 백사장에 나무를 심어 낙락장송을 이루기도 했다.

당대의 치적에 연연한다면 할수 없는 일이었다. 긴 안목으로 후손을 생각한 것이었다.

지금 울산의 숲이 어느 정도 건전해진 것은 반세기 가량 ‘애림녹화’ 기치를 걸고 조림과 육림에 힘써온 결과다. 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란 도시계획을 엄격히 유지하면서 연료정책을 개선한 덕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숲을 형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벌써 숲이 허물어지고, 곳곳에 허점이 뚫렸다. 울산이 자랑하는 영남알프스의 산자락과 꼭대기를 보면 곳곳이 헐벗었다. 산정의 억새밭이 명물이라지만 본래 그 자리는 키 큰 나무들이 자라던 곳이다. 오래전 산불과 개간으로 벗겨진 뒤 복원하지 않아 억새가 먼저 자리잡은 것이다.

삼남면 가천리 뒤쪽은 전원주택을 조성한다며 바리깡으로 밀듯 헤쳐놓았다. 상북면 등억 일대는 도를 넘은 난장판이다. 숲이 가장 울창하다는 상북면 배내골에 가면 숲과 하천 사이에는 별장과 상업시설이 울타리를 쳤다. 도심에 가장 가까운 함월산·문수산은 불도저 정책의 강공아래 신음도 삼켜버렸다.

우리는 숲을 완성하기보다 너무 성급하게 활용하려고 한다. 반세기 정도의 육림으로는 온전한 숲을 이루지 못한다. 나무는 100년이나 200년간 길러야 제대로 쓰임새가 있다. 그런 쓰임새 있는 수목이 빽빽해야 온전한 숲이라 할 것이다. 그런 숲이 있어야 계류도 마르지 않고 샛강과 강물도 건전해진다.

숲을 기르는데는 긴 안목이 필요하다.

울산은 주거지와 수백개의 공장이 결합된 주공복합체다. 수십개의 공장이 연결된 SK를 콤플렉스 즉 복합체라 부르는 것과 같다. 울산주공복합체의 열기를 식히려면 그에 필적할 크기의 숲이 필요하다. 또 산업이 고도화 되면 자연도 고도화 될 필요가 있다. 자연의 고도화는 원시에 다가가는 것이다. 울산주공복합체는 두 겹의 숲 속에 섬처럼 존재한다면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을 것이다. 지금처럼 울타리를 벗겨내는 데 급급하고 두터운 수림대 조성을 게을리하면 균형이 어그러진다.

숲의 온전한 모습은 로버트 프로스트 시가 말해준다. ‘숲은 깊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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