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태 논설실장이 만난 열정어린 선생님, 아름다운 선생님 ⑭
박문태 논설실장이 만난 열정어린 선생님, 아름다운 선생님 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0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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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아끼라고 간곡히 부탁한 선생님 동부초등학교 박현옥 선생님
처음 인사를 나눌 때, 선생님의 인사말 끝자리 목소리가 허스키이었다. 직업 가수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목소리 끝자리가 대개는 허스키, 약간은 목이 쉰 듯한 소리가 나온다. 직업병의 일종이다. 일선 학교의 일학년 담임교사는 이렇게 호소할 수없는 직업병 목소리 주인공이 많다. 아직은 박 선생님이 젊어서 그럭저럭 견디어 내지 체력이 달리면 더 나빠질 것 같아서 걱정이다. 박 교사의 부군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다(화진초등학교 노수원 교사). 노 교사도 목소리가 변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하여간 아름다운 박 교사이어서 동부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본보로 추천을 하였다. 때로는 어머니 같이 엄하고, 때로는 할머니 같이 자상한 선생님이란다. 1학년 학생이 학교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어서 그냥 집으로 가버린 사건이 생겼을 때, 아이의 책가방을 갖고 집까지 찾아와 궁금해 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고 가는 박 교사이어서 아름다운 선생님이다.

박 교사가 학교도서관을 맡고서는 학교 도서관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도서도우미를 신청했던 학부모가 관찰하고 강력히 추천하였다. 그래서 열정어린 선생님임을 증명해준다. 본보에 소개된 대개의 선생님이 그렇듯이 박 교사도 한사코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양해 한다.

박 교사는 진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에 몸담은 지 15년이 된다. 초임지 함양에서의 아름다운 일. 결손가정 아이들이 유난히 많은 학교(30%)인데 서울에서 전학해와 할머니와 살고 있는 남매가 있었다. 박 교사 담임반 아이의 오빠가 체격이 큰 대다가 교복 맞출 돈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 것을 박 교사가 알게 되고, 선뜻 박봉을 털어 교복을 맞추어 준 일이 있었다.

아이들은 얼마 있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수년이 지나 다시 가정을 갖추게 된 아이의 어머니가 함양까지 찾아와 고마움을 표시했을 때, 아직 나이 어린 초임 교사가 큰 보람을 느꼈고 더 열심히 가르치는 계기가 되었다. 박 교사는 전혀 아니라고 부인할지라도 인지상정이듯이 학부모의 이런 고마움의 표현은 박 교사에게 일할 맛을 나게 하는 것이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는데 훌륭한 스승에게는 학부모의 마음으로부터의 이런 격려가 더 열정으로 우리의 자식들을 가르치게 해준다.

박 교사는 직장에 대한 철학, 직업윤리가 분명하다. 가정을 갖고 있으며 직장을 갖고 있으면 가정주부와 여교사라는 두 개의 일을 한 사람이 수행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벅 차는 일이다. 둘 중의 하나도 제대로 하기가 끝이 없는데 두 가지를 다 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박 교사는 하나 있는 아들한테 항상 미안하다고 한다. 직장, 남의 자식 가르치기에 열정이다 보니까 막상 내 자식은 손해를 보게 된다는 안타까움이 뒤 따른다. 그래도 교직이 천직이라는 사명감으로 오늘(5월1일)도 저녁시간(7시)에 학부모 독서모임(?)을 주관하느라고 퇴근도 못한다. 그러면서 학교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교사와 학부모가 평소에 의사소통이 잘 되어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오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한다. 몰지각한 학부모가 학교의 어린이들이 보건 말건 큰 소리로 학교 초임 교사의 학생생활지도를 위한 상담요청, 미확인 오해로 생긴 요청을 무슨 인격모독을 당한 것처럼 소란을 피울 때, 바로 이런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한다. 촌지로 얼룩진 학교풍토에 대한 오해가 하루 빨리 풀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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