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쳐모여’ 정치
‘헤쳐모여’ 정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3.2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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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선거 후보등록이 끝나면서 흐트러졌던 힘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합집산(離合集散), 시쳇말로 “헤쳐모여” 현상이다. ‘줄서기’도 끼어들었다. 울산지역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민주통합-통합진보 두 통합당은 ‘화학적 결합’ 대신 ‘물리적 연대’를 어렵사리 성사시켰다. 배짱을 맞춘 연결고리는 ‘반 MB, 반 새누리’ 구호 딱 한 가지였다.

진보신당은 ‘두통(二統)당’이라 비아냥거리고 세인들은 ‘동상이몽(同床異夢)’ 아니냐고 손가락질한다. 진보신당은 특히 “‘야권단일후보’란 말 함부로 쓰지 말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딴지를 건다. 하지만 버리기는 참 아까운 카드다.

선거일 보름 전인 26일에는 ‘야권 공동정책 협약’으로 단합을 과시했다. 27일엔 ‘울산촛불’을 비롯한 진보성향 5개 시민·사회단체의 지지 선언이 대기하고 있다.

이틀 후 28일엔 공동 선거대책본부를 띄우면서 ‘새봄 연대’의 기세를 올릴 만큼 올릴 참이다. ‘새봄 연대’란 민주당색 노랑을 개나리로, 진보당색 보라를 진달래로 비유한 신조어다.

이 자리에 두 여걸 한명숙-이정희 대표가 얼굴을 내민다. 사흘 전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울산의 저잣거리에서 뿌리고 간 ‘박근혜 흔적’을 얼마만큼 지워낼지 관심거리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가공할 파괴력을 선보였던 ‘무당파’(중구 무소속연대)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비전울산포럼’이란 우산 속의 무당파들은 27일 중구 무소속 유태일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

유 후보의 그 숱한 러브콜에도 고개 한 번 까딱 안하던 무당파들은 ‘마지막 견제 카드’로 그에 대한 지지를 선택했다. ‘견제 카드’는 울산 여권의 새 좌장이자 ‘친박 실세’인 정갑윤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 “못 먹는 밥에 재라도 뿌리겠다는 심산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 잔칫상에 다른 선거구의 무소속 후보들도 27일 숟가락 하나씩을 놓는다. 김헌득(남구갑), 허원현(남구을), 김덕웅(동구) 후보가 일찌감치 유태일(중구) 후보가 주도한 무소속연대 진영에 가세한 것이다. 파괴력은 미지수지만.

덩치만 해도 엄청 큰 집권 새누리당은 저명인사 동원에도 통 크고 지략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는다. 단독 선대위원장 수락 서명지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태화·화봉 시장바닥으로 불러들인 저력이 세간의 평을 뒤받친다.

28일의 울산시당 선거대책본부 발대식에 김무성 의원을, 29일의 후보자 합동출정식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초빙한다는 계획도 이미 다 짜 놓았다.

선거구별 세 규합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북구와 남구갑 선거구가 대표적이다.

‘대동단결’을 구호로 내세운 새누리당 박대동 북구 후보의 얼굴에도 모처럼 미소가 번졌다. 당내 경쟁자이자 걸림돌 같았던 박천동 예비후보에 이어 최윤주 예비후보, 윤임지 전 북구의장도 꽁꽁 닫았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북구의 여권 좌장 윤두환 전 국회의원까지 27일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동참키로 한 덕분이다.

최병국 국회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던 남구갑 이채익 후보의 캠프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구와는 사정이 조금은 다르다. ‘덧칠’이니 ‘거품’이니 ‘무늬만’이니 하는 지레짐작들이 고개를 쳐들고 있기 때문이다. 옛 좌장의 정서가 몸에 밴 탓인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4·11 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결속의 단단함이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무소속이든 두루 통하는 이야기다. 야권의 경우 후보단일화의 진정한 성사 여부도 볼거리의 하나다. 지난 24일 KBS울산방송과 울산mbc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가 웅변으로 말해 준다. 북구는 야권단일화 효과가 미미한 반면 남구갑은 가파른 약진세를 보인 것이 단적인 본보기다.

여권도 원리는 같다. 결속 정도가 노령기의 돌 부스러기 같다면 선거 결과는 보나마나한 것일 수 있다. 낮에는 A후보, 밤에는 B후보의 문턱을 들락거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운명의 4월 11일, 과연 누가 총선 승리의 축배를 들 것인지? 짙붉은 철쭉이 만발할 것인지, 샛노란 개나리나 진보랏빛 진달래가 만발할 것인지? 그것은 ‘헤쳐모여’의 진정성과 응집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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