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년을 맞아 지난 11일 원전관련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20년 이상 된 원전시설들은 안전성은 물론이고 경제성과 효율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IAEA는 또 이번 보고서를 통해 아무리 핵심부품을 교체하고 안전성을 강화해도 20년 이상 된 원전은 불의의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한마디로 2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설비는 폐쇄하라는 이야기다. 고리원전1호기는 현재 35년째 가동 중이며 그 동안 108번의 크고 작은 고장·정지 사고를 일으켰다.
고리1호기 전원중단사태를 보면 IAEA의 권고내용과 흡사하다. 고리1호기도 2008년 10년 연장가동에 들어가기 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았고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성능시험을 거쳤다. 또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설비를 갖췄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일본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우리 원전 안전장치는 일본원전과 다르다”며 구조적 차이점까지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전정전’ 당시 왜 비상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았는지 그 원인조차 밝히지 못한 상태다. 일부에서 들리는 말은 더욱 비관적이다. 문제의 비상발전기는 고리1호기가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할 때 설치된 것이다. 따라서 발전기 재고(在庫)부품들은 들여온 지 34년이나 지난 것이어서 부품교체를 해도 고장 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고리 1호기는 국내 최초의 원전이란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일 1호기가 30년 수명을 끝으로 폐쇄되면 당장 내년 8월에 수명 마감하는 월성원전1호기도 같은 운명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또 뒤이어 건설된 원전들도 수명이 다하면 같은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다. 이런 부정적 결과를 염려해 한수원은 그 동안 갖은 반대를 무릅쓰고 고리1호기의 수명연장을 고집해 왔다.
하지만 한수원이 그런 명분을 내세워 원전을 감싸 안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 1호기를 폐쇄하든가 아니면 원전안정성을 보장할 제3의 안전장치를 제시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처지다. 폐쇄한다면 모르겠거니와 만일 가동을 계속하려면 민간단체와 주변 지자체 대표 그리고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감시기구를 구성해 원전 내에 상주시켜야 한다. 원전 운용사인 한수원이나 감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