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바꾼 목판화, 울산을 바꿀 목판화
일본을 바꾼 목판화, 울산을 바꿀 목판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3.1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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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일본의 부흥은 포장지에서 시작됐다. 1867년 프랑스 파리만국박람회에서 한 신사가 바다 건너온 도자기를 포장한 종이를 집어 들었다. 포장용 종이에는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목판화가 찍혀 있었다. 신사는 그 그림에서 강렬한 색채와 단순한 구도, 이국적인 정취에 주목했다. 그로부터 서구는 일본문화에 탐닉하고 일본상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오는 6월 울산에서 열릴 국제목판화전은 울산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목판화가 80여명이 참가할 이 전시회는 울산의 문예부흥과 국제화를 촉진시킬 것으로 주목된다.

목판화는 나무를 깎은 문양에 색깔을 입혀 찍은 그림이다. 전통이 매우 깊다.

최근 한류는 문화예술이 산업경제를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 한류애호심과 더불어 한국상품 구매력이 커가고 있다.

이같은 문화와 경제의 상보기능을 18세기 일본의 목판화가 했다. 오늘날 일본의 발전이 그 목판화 덕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에 ‘일본판화’ 또는 ‘우키요에’란 제목을 입력하면 무수한 자료가 나온다. 우키요에(浮世繪)란 일본 에도시대 부평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연을 관조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목판화다. 노한 파도를 만난 어부들의 모습, 비오는 날 다리를 황망히 건너는 모습, 밤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 모습, 저자거리서 아낙네를 희롱하는 모습 등을 그린 채색 목판화였다.

파리만국박람회에서 우연히 알려진 이 그림이 세계미술사에 큰 획을 그음과 아울러 일본을 열강에 올려놓는 구실을 했다. 마네는 일본식 정원을 짓고, 고흐는 자신의 그림 배경에 우키요에를 넣었다. 고흐는 심지어 우키요에를 똑같이 본뜬 그림을 몇 점 그렸고 “(서구의)모든 화가들은 일본 목판화에 빚을 졌다”고 천명했다.

이런 풍조는 일본 것이라면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했다. 문화, 산물, 교역품 모든 것이 자포니즘(일본애호주의)에 몰입된 것이다. 가장 일본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된 것이었다.

우키요에가 자포니즘을 일으켰듯이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과 음식이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한중일 목판화전은 이런 관점에서 주목된다. 목판화는 동서양이 함께 발전시켜오는 장르지만 그 중 한중일이 으뜸이란 평판을 얻고 있다. 현대 한중일 목판화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전시하는 것은 이번 울산행사가 처음이다.

이 행사가 울산에서 열리는 것은 울산대학교 미술학과 임영재 교수가 한국목판화협회 회장이어서만 아니다. 울산이 이런 행사를 처음 열만한 역사적 맥락이 있다.

그 맥락은 반구대암각화와 웅촌면 운흥사에서 찾아진다. 홍익대 판화학과 임필효 교수는 ‘목판화의 매체적 특성’이란 논문에서 판화의 기원을 1세기쯤 중국의 한(漢)나라때 채륜이 종이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또 먹을 개발함으로써 시작됐다고 본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울산 반구대암각화에서 문양을 표현하는 기법을 사용한 것이 효시임을 강조했다. 유럽의 경우는 12세기에 중국의 제지술을 소개받고 14세기에 와서야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할 판화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여러 장을 찍을 수 있는 판화는 서양의 경우 성서보급에, 우리나라의 경우 삼강오륜행실도나 불교서적 보급에 쓰였다. 트럼프나 화투 같은 놀이용품 제작용도로도 쓰였다.

울산 운흥사는 불교서적을 위해 많은 판본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흥사 아래 종이를 만드는 닥나무 저(楮)자를 쓰는 저리(楮里)라는 마을이 생겨날 정도였다. 또 경주 석가탑을 해체할 때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다.

이런 역사들이 국제목판화전을 울산에서 처음 열리게 하고, 또 울산인이 적극 받아들일 이유가 되는 것이다.

울산은 지금 산업역량 못지않게 문화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울산은 세계적 문화전통이 있었지만 그것을 발전시키는데 더뎠다. 유럽이 제지, 인쇄, 목판 분야에 한참 뒤떨어져 있을 때 울산은 높은 수준에 도달돼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오늘에 되살릴 기폭제가 필요하다. 목판화전이 그 문화적 깊이를 우려낼 촉진제가 되면 큰 도약을 기약할 수 있다.

6월이면 우리는 국제적 작가들의 작품 수백점을 보게된다. 또 값싸게 구입해 소장하는 즐거움도 누리게 된다. 목판화를 통해 디자인 착상을 얻을 것이고, 목판화에 전개된 자연과 상상에서 자극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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