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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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이름을 지을 때 항렬자를 따지고 두 글자로 하는 것이 일종의 관습이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이와 상관없이 온갖 기상천외한 이름들도 등장하고 있다.

신문에서 ‘하늘빛실타래로수노아’란 긴 문장의 이름을 보고 이런 이름도 있구나 해서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황금독수리 온 세상을 놀라게 하다’라는 이름을 알려줘 색다른 지식을 쌓은 경험도 있다. 특이한 이름과 촌스러운 이름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름을 바꾸기 위해 개명을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15일 개명허가 신청현황에 따르면 2005년 1천769건에서 2009년 6천888건으로 4배가량 늘다가 2010년 6천635건, 2011년 5천882건으로 다소 줄어들었다.

개명허가 신청사례는 이름이 저속하거나 욕설과 유사하다는 이유가 많았으며 가정 불화가 생긴다, 사업이 안 된다, 병치레를 한다, 성명풀이를 하니 나쁘다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

나쁜 일들을 겪는 것이 정말 이름 탓인지 아니면 다른 사유가 있는 것인지는 규명하기 힘들지만 이름때문에 예기치 않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반면 아주 우스꽝스럽고 흉한 이름이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들어 사람들은 이름이 가지는 사회적인 역할은 경시하고, 이름이란 것이 마치 개인이 가지는 액세사리와 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널리 퍼져있는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액세사리를 구입해 사용하다가 싫증이 나면 버리고 새로 구입하듯이, 이름도 사용하다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단지 싫증이 나면 다른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다.

축구선수들이 등번호를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은 등번호가 팬들과의 약속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지는 이름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개인적인 의미를 넘어서 개인과 사회와의 약속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죽어서까지 남는 것이 이름이라면, 그 이름에 맞는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은 삶을 위한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동구 화정동 김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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