堤潰蟻孔
堤潰蟻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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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궤의공: 개미구멍이 큰 제방을 무너뜨린다
이는 ‘개미구멍이 큰 제방을 무너뜨린다’는 뜻으로 한비자(韓非子)의 유로편(喩老篇)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예가 설명돼 있다.

그 하나는 전국시대 명의 편작(扁鵲)이 채 황후의 병을 고치고 나서 “대수롭지 않은 병도 제때에 치료해야만 장차 큰 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모든 큰 일은 작은 일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전국시대 위(魏)나라 제상 백규(白圭)는 홍수를 예방하는데 큰 공을 세웠으며, 그는 스스로 자신의 치수 업적을 우(禹) 임금의 치수를 능가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가 홍수를 방지하는데 쓰는 방법은 먼저 제방을 쌓은 다음 제방에 뚫린 작은 개미구멍 하나 남기지 않고 철저하게 제때 막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위나라는 그가 제상으로 있는 동안 한 번도 홍수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한비자는 이 두 가지 예를 들면서 ‘천 길 제방 둑은 개미구멍 하나에 의해 무너지고 백 척 놓은 집은 연기구멍 하나에 의해 사라진다(千丈之堤 以蟻之穴潰 白尺之室 以突隙之燃焚)’라고 설명한데서 유래한 말로 이는 작은 것이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 장차 큰 일을 당하게 된다는 경계의 뜻이 담긴 말로 우리 속담에 ‘작은 개미 구멍이 공든 탑을 무너뜨린다’는 말과 같은 의미의 말이다.

울산 근교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서의 사고 은폐 사실을 듣고 너무도 어이없고 황당하여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일본에서의 원전사고 예를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그랬으니 더욱 그러하다.

모든 원전 관계자들이 경미한 일이라 해서 그냥 지나치려는 습성에 젖어들게 되면 장차 하늘도 못 말리는 큰 화를 키우는 일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한 치의 의문도 남기지 말고 철저히 규명함은 물론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으로 모든 의혹을 밝혀 사고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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