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제 정신 아니다
고리원전 제 정신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3.14 2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9일 고리원전 1호기에서 12분 동안 ‘완전 정전(블랙아웃)’사고가 발생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런 사실을 한 달 넘게 은폐해오다 12일에야 원자력 안전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고리원전본부나 운영업체인 한수원 모두 제 정신이 아니다.

한수원은 그 동안 원전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사소한 문제다. 안전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뒤 늦게 사고 내용이 알려져 울산·부산지역이 발칵 뒤집혀진 상태에서도 여전히 “(외부전원이 완전히 끊긴 뒤) 예비 비상발전기를 가동하려면 10분 정도 소요되는데 12분 만에 문제가 해결돼 예비 비상발전기를 가동하지 않았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한수원의 말대로라면 예비 비상발전기를 가동시키지 않아도 충분히 정전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12분 동안 ‘그냥 버텼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만일 사고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비상발전기를 가동하기까지 다시 10분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고 발생시점으로부터 22분을 경과하게 된다. 그래도 사고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면 1~2일이 더 지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이와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후쿠시마 원전은 그 때까지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을 때 몇 시간 내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왔었다. 외부전원이 끊겨도 비상디젤 발전기가 있으니 언제든지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2~3일이 지나도 전원복구를 못했기 때문에 결국 1,3,4호기의 내부온도가 급상승해 수소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고리원전 1호기에 국한시켜 봐선 안 된다. 국내 원전 전체에 해당되는 일이다. 특히 한수원이 원전사고를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안이한가를 알 수 있다. 고리원전 1호기는 30년 수명이 끝나 수명을 재연장했다. 그렇다면 사소한 고장 하나라도 즉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고 사후통제를 받았어야 옳다. 그럼에도 한수원은 현재 사고 보고를 누락한 것조차 담당자 개인 실수로 돌리려 하고 있다. 원전에 12분 동안 정전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고리원전 본부나 한수원측이 몰랐을 리 없다. 사실여부를 가려 해당 고위책임자부터 엄중 문책해야 한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