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국회의원의 단식
박선영 국회의원의 단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3.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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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반대해 서울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단식하던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2일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단식 열하루만의 일이다. 그 동안 물과 소금만으로 버티던 박 의원의 몸무게는 45kg에서 40kg으로 줄었다고 한다.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은 여성 국회의원이 쓰러진 날은 공교롭게도 3·1절 바로 다음 날이다.

탈북자 강제 북송문제로 개인이 단식에 나선 것은 박 의원이 처음이다. 박 의원은 지난달 17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24명이 곧 북송될 예정”이라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대북 인권특사에게 이 메일과 팩스를 보내 긴급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나흘 뒤 21일부터 주한 중국 대사관 앞에 텐트를 치고 단식에 들어갔다. 21일이라면 국회의장 ‘돈봉투 사건’에 대해 검찰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던 날이다. 여야가 올해 총선을 앞두고 난투를 벌일 때다. 당연히 정치권에선 누구하나 이 고독한 투쟁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박 의원의 텐트 옆에서 확성기를 든 사람들은 오히려 엉뚱한 인물들이다. 그 동안 여야, 진보·보수 어느 쪽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연예인 차인표, 이성미씨, 소설가 이외수씨 등이다.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모습을 보인 사람들은 극소수다. 자유선진당 국회의원들이 왔다갔고 새누리당에서 10여명이 격려차 들린 정도다. 민주통합당 현역의원은 아직 한명도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송 반대운동에 나선 시민사회단체도 매우 제한적이다. 탈북자 모임이나 대북관련 보수단체가 대부분이고 진보진영 쪽은 눈 씻고 봐도 볼 수 없을 정도다.

그런 분위기는 울산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후보자 낙천·낙선운동 운운하던 단체들이 이 문제에 대해선 일언반구 입을 떼지 않고 있다. 자파(自派)출마예상자나 지지세력 후보자 선거운동에 골몰하고 있는 탓일 것이다. 이들이야 또 정치적 성향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2008년 초여름 밤, ‘스스로’ 광우병 촛불시위에 참여했다던 수많은 시위 군중들은 모두 어딜 갔나. 젖먹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채 대로(大路) 한 가운데를 누비던 주부, 마치 자신들만이 애국자인냥 소리높여 목청을 돋우던 단체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죽음 직전에 몰려 있는 탈북동포들의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를 그들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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