曳尾塗中
曳尾塗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3.0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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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미도중: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닌다
이는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면서 다닌다’는 뜻으로 장자(莊子)의 추수편(秋水篇)에 전하는 이야기이다.

장자가 여기저기를 주유하던 어느 날 초(楚)나라 복수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이 소문을 들은 초나라 왕은 신하를 보내어 하례를 하도록 했다. 명을 받은 신하는 왕을 대신하여 장자에게 “우리 초나라 임금님께선 선생을 초나라 재상으로 삼고자 하시오니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청했다.

그러자 장자는 “내가 듣기로는 초나라에서는 신구(神龜)라는 3천년 묵은 거북의 뼈를 보물로 모시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거북이 살아 있을 때 진흙탕 속에서라도 꼬리를 끌면서 살기를 원했을까요, 아니면 죽어서 오늘날과 같은 그런 귀한 대접을 받기를 원했을까요(寧其死爲 留骨而貴乎 寧其生而 曳尾塗中乎)”라고 물었다. “그야 물론 진흙탕 속에서 꼬리를 끌면서라도 살기를 바랬겠지요”라고 신하가 대답했다. “그런 것을 알고 있다면 나더러 재상을 하라는 말은 꺼내지도 마셔야지요”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한 데서 유래한 말로 이는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속박 속에서 살기보다 어렵더라도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이 더 값진 삶이다’라는 뜻이 담긴 말이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서는 각 정당별로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공천에 골몰하고 있다. 각자의 신념과 소신을 가지고 새롭게 정치에 뛰어든 신인을 비롯하여 3선, 4선의 원로까지 각양각색의 인사들이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에는 그동안 몇 차례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위해 제대로 된 일하나 남기지 못한 체 자리에만 연연하다 이제 와서 유권자들에게 구차한 모습으로 은근이 손을 내미는 인사들을 보고 있으면 측은한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을 시작해서 성공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을 끝맺는 용태의 시기 또한 적절해야만 그나마 거둔 자신의 성공이라도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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