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도시 울산의 내력
에너지도시 울산의 내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3.0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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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동구의 방어동 지역 주민들은 대왕암공원 입구 일대에 형성된 토탄지(土炭池)에서 긁어 온 찌꺼기를 가지고 연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비록 화력은 석탄에 견줄 바 못되지만 부엌용 연료로는 그럭저럭 쓸 만했다. 그 토탄을 다 긁어 쓴 빈 터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토탄이란 바닷가 모래톱 안쪽의 석호 근처에 무성하게 자라던 식물이 하천과 조류의 퇴적작용으로 땅에 파묻혀 탄화(炭化)된 것이다. 토탄이 되는 식물의 유해가 쌓인 곳은 정족산 무제치늪처럼 배수가 되지 않는 산간 웅덩이나 충적지 등에 생긴 커다란 저수지 등이다. 대체로 토탄지가 형성된 곳은 지표면이 약간 솟아오른다고 한다. 따라서 신생대(新生代) 무성한 식물들이 탄화되어 지표에 노출된 것이다. 방어진의 토탄지가 있는 곳은 본래 오목한 해안이었으나 모래톱이 쌓여 경포대 같은 석호가 된 뒤 차츰 흙이 메워져 육지가 된 곳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세계의 토탄지에서 방출하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CO2)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될 위기에 처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기도 하다.

경북대 지형학자 조화룡 박사의 ‘한국동해안지역의 후빙기 화분분석연구’(1979년 동북지리)에서 방어진 습원은 해안에 붙은 석호에 발달한 토탄지라고 밝히고 지표아래 6.5m까지 시추해 꽃가루를 분석했다. 목적은 4천년전부터 지금까지 해수면 변동을 비롯해서 옛 기후와 그 기후에 적응한 식물의 종류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곳에서 벼의 꽃가루를 확인하고 벼 재배시기를 2천300년전쯤으로 잡았으며, 꽃가루 분석을 통해 옛 시대의 기후와 식물의 종류를 분석했다. 울산 동구 방어진 지층은 해안이거나 얕은 바다의 퇴적층으로 해석했다. 아울러 방어진층이 생겨난 원인으로 신생대 제3기(7천만년전~) 때 동해가 만들어지면서 주로 한반도 동쪽 땅덩이를 벌려놓은 힘에 영향 받은 것으로 풀이했다. 방어진의 끝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은 한동안 이 토탄을 채취하여 땔감으로 사용했었다.

우리들이 일상으로 사용하는 석유의 생성과정을 살펴보면 고생대인 6억만년전~2억2천500만년 전 페름기까지 거대한 늪지대가 발달했는데 이들 늪지대는 주기적으로 해침(海侵)을 받아 이 지역에 무성했던 식물들이 묻히게 되었고,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다시 늪지대가 되어 식물들이 자라고 이는 다시 주기적으로 파묻혀서 오늘날 뚜렷이 나타나는 윤회층(輪廻層)이라는 퇴적층이 되었다. 이렇게 퇴적된 식물들은 열과 압력을 받아 석유와 석탄이 되었으며 현재 지구상 인류에겐 더없이 중요한 자원으로 쓰인다.

석유 동향을 알려주는 어느 사이트에서 본 자료에 의하면, 미국 독립계 아나다코(Anadarko)사가 브라질 해상 캄포스(Campos) 분지 내 암염하부(sub-salt) 구조에서 석유 부존층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 광구에 우리나라의 SK에너지가 참여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이보다 앞서 2005년부터 울산 앞바다 동해 광구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동해안에서 천연가스가 고체화된 상태인 미래의 에너지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 분포 추정지가 발표되고 있음을 볼 때 울산지역은 천혜의 에너지산출지역임에 틀림없다.

1848년 조선 제24대 임금인 헌종(憲宗) 재위 14년 4월에 우리 나라 해안에서 고래기름을 얻기 위해 세계의 열강들이 포경선을 타고 들이닥쳤다. 그 거점지역이 장생포였다. 이후 늦게 눈치 챈 일본이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기도 한 것이 고래라고 짐작해 보기도 한다. 울산에선 8천년 전부터 고래기름이 에너지 공급원이었음을 반구대바위그림에서 확인하게 된다. 선사시대부터 고래로부터 기름을 얻은 것과 오늘날 울산석유화학공단에서 원유를 정제하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 듯하다. 1962년 이후 울산의 석유는 대한민국의 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으며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 인정받고 있음이 자랑스럽다.

정유공장의 굴뚝에서 불타오르는 시뻘건 불기둥은 우리들이 숨 쉬고 있는 대기층의 청정공기를 위해 마지막 불순물을 태우는 과정이며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는 그 나머지 불순물 조차도 잡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수증기를 이용하는 현상이라 하니 청정 환경도시를 지향하는 에너지도시 울산이 그저 대견할 따름이다.

전옥련

울산문화관광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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