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사고가 주는 교훈
일본 원전사고가 주는 교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3.0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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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폭발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대피소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주민들은 정부의 무능한 대응에 분노와 울분을 토해내고 있는 중이다.

지난 주 모 방송에서 방영된 후쿠시마의 현실은 처참했다.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역을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선포할 정도로 방사능이 계속 유출되고 있었으며, 발전소 주변에 살던 주민들은 피난민이 돼 이 대피소에서 저 대피소로 옮겨 다니는 형편이었다. 그나마 주택을 마련한 사람들도 임시가설주택에서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하며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원전폭발사건은 전쟁보다 무서운 고통을 주민들에게 안겨주고 있었으며, 방사능은 바람을 타고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게 방영의 주요 줄거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이 정부의 미온한 대응에 분노하고 버려진 마을에는 주인잃은 가축들이 도로를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됐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원자로 폭발로 방사선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에서 공급되는 식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중국, 홍콩, 동남아 국가들은 일본에서 수입되는 식품들의 오염 수준을 검사하기 위해 예방책들을 마련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

방사능 낙진은 대기 중에 방사선 입자를 유출시키고 이 입자들은 다시 침전해 지구표면을 오염시킨다. 아직 수확되지 않은 농작물, 과일채소 농장, 목초지, 수원 등이 오염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염된 초목과 물을 섭취한 동물들로부터 얻은 우유나 육류를 사람들이 섭취하게 되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람들도 방사선 입자를 섭취하는 셈이 된다.

방송에서 봤던 마을의 가축이 우리나라로 직접 수입되진 않겠지만 바람을 타고 퍼지는 방사능은 문제가 될 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일본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 식품들은 항공편으로 수입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현지 배급업체들에게 일본 농작물과 유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고작이다.

방송을 통해 방사선 유출이 이미 원자력 발전소 반경 20㎞의 경계구역을 넘어섰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각종 자료에 의하면 원자력 발전소 부근에서 검출된 방사선 요오드와 세슘의 정도가 수십배에서 수백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선 요오드는 반감기가 짧아 주위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슘의 반감기는 약 30년 정도여서 장기간에 걸쳐 영향력이 미치게 된다고 한다. 이는 사실상 원자력 발전소 반경 20㎞ 이내에 있는 모든 지역을 장기간 사용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원전사고 이후 일본은 원자력안전행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강력한 새 조직을 만들고 있다. 원자력규제 관련 법안을 내각에서 의결했고 원자력 안전이나 규제업무를 일원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원자력 규제청을 환경성에 따로 신설했다.

일본의 방사능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방사능 분포를 전국적으로 측정했다. 다행이 측정된 량이 미미해 인체에 위험을 줄 정도가 아니라고 한다. 울산도 방사능 분포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정부의 방사능 측정치 발표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울산 지역민들이 혹시 문제점이나 없는지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에서는 이런 점을 감안해 원자력관련 재난안전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불시에 일어날 수 있는 재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시민들을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홍보해야 한다.

정부도 원전 부근의 방사능 유출농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해 지역주민들이 안심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웃 일본 원전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항상 재난에 대피하는 행정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시중에 유통이 되고 있는 일본 농산품이나 수산물 등에 대한 안전검사도 강화해야 한다. 또 이런 감시체제를 통해 시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행정지도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큰 재난이나 재해를 당한 사람들에겐 고통스러운 현실이 마치 꿈만 같을지 모른다. 방송에 나온 일본인 피난민들은 “내 고향은 사시사철 따뜻한 바닷가인데, 이렇게 추운겨울은 처음이다”라고 했다. 결코 그냥 귓가로 흘려버릴 수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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