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사업과 어른 공경 마음
노인 일자리사업과 어른 공경 마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3.0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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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음식 맛있게 드시고 늘 건강하세요. 앞으로 약 4개월 동안 동네 뒷골목 청소가 정말 고민스럽습니다만, 어떤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하여간 내년에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노인 일자리사업에 참여해 주십시오”

동네 뒷골목 환경정비를 책임져 오시던 동네 어르신들의 노인 일자리사업이 지난해 10월말로 끝나고 11월 중순경 노인 일자리사업에 참여하신 노인 분들께 식사대접을 하면서 한말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중단되면 뒷골목 환경정비 문제에 대해 무슨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식사를 하신 후 그 자리에 계시던 어르신들이“우리 동네는 우리가 가꾸어나가자. 일주일에 한번씩(매주 화요일) 노인 일자리참여자들이 동네 환경정비 봉사를 하자”고 했다. 어르신들께서 스스로 결정한 사항이다. 매주 화요일이면 아무런 대가없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를 편성해 조장의 통제에 따라 맑은 웃음을 지으시며 요즘 손수레를 끌고 뒷골목 청소를 하고 계신다.

어르신들의 고마운 뜻을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동(洞) 자생단체 월례회 때 전 회원들께 설명하자 노인 분들을 대하는 주민들의 태도가 싹 바뀌었다. 주민자치위원회와 뜻있는 동네 주민들은 청소하시는 어르신들 식사 대접을, 여성자원봉사회에서는 설에 가래떡을 만들어 노인 분들에게 나누어 드렸다.

물질적인 것을 떠나 동네를 자발적으로 깨끗이 가꾸시겠다는 노인들을 향한 존경심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주민들의 인식전환을 가져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주민들에게 호통 치는 어르신을 오히려 존경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달라진 위상으로 어르신들이 밝고 맑은 모습을 되찾게 된 것 같아 흐뭇하다.

노인 일자리사업은 65세 이상 노인 분들의 신청을 받아 3월부터 10월까지(8월은 휴무) 월20만원을 지불하고 주3회 정도 환경정비를 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신 한 어르신이 한 번은 동주민센터에 오셔서 강하게 불만을 토로하신 적이 있다. 한 주민이 노인분께 개인 가정에서 배출된 쓰레기를 수거해 갈 것을 요구하면서 노인분과 말다툼으로까지 이어진 일이었다.

주민은 노인께서 돈을 받고 청소를 하시니까 당연히 쓰레기를 수거해야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노인은 깨끗한 동네를 조성하기 위해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개인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까지 수거해 가라고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하셨다.

이 문제는 엄격히 판단하면 어른신 말씀이 옳다. 가정에서 버리는 쓰레기는 쓰레기봉투에 넣어 내놓아야 하며, 그 쓰레기봉투는 구청 청소원이 수거해간다. 이 과정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어르신의 호통에 같이 말다툼을 함으로서 월20만원 보수 때문에 수모를 당하신 어르신이 동 주민센터에 오셔서 하소연한 것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시민정신도 잘못이지만 호통 치는 어른께 고개 숙일 줄 모르는 주민과 월20만원의 보수가 무엇이기에 봉변을 당하고 돌아서서 하소연 해야하는 어르신,

보수없이 자발적인 청소로 자생단체와 주민들의 격려와 고마움의 표시에 활짝 웃으시며 즐겁게 청소하는 동네 어르신, 이 두 가지의 상반된 경우를 보면서 왠지 씁쓸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언제부턴가 어른을 공경하는 사회에서 점차 그 정신이 퇴색돼 가고 있다. 지금의 어르신들은 그들의 부모와 그들의 이웃 어르신들을 정성으로 공경하며 어른들의 꾸지람에 대꾸한번 못하시고 일생을 살아오신 분들이다. 월20만원의 보수로 청소를 하시지만 정작 그분들이 바라는 것은 20만원의 대가보다도 진심으로 동네 어르신으로 공경하는 젊은이들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곽원종 중구 반구1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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