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놈 두식이 석삼 너구리…
한놈 두식이 석삼 너구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2.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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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쿠데타설이 퍼진 지난 주말 미국 중앙정보국(CIA)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국장이 서울을 은밀히 다녀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 최강의 CIA 국장이 다녀갔다면 뭔가 중요한 사안이 있다고 볼수 있다.

정보책임자의 방문일정이 드러난 것도 뜻밖이고, 다녀간 배경도 궁금하다. 내막은 한참뒤에나 알려질 것이다.

지난 주말 개봉된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첩보 분야를 눈여겨 보게할 안목을 길러준다. 이 영화의 원작자 존 르 카레는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 세계 지도자의 이목을 끌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카레는 스파이 소설을 쓰지만 인간과 사회, 이념에 대한 깊은 통찰과 매력있는 문체로 정평난 작가다.

이 영화는 넓게는 구 소련과 서방 국가간의 냉전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 좁게는 서방 정보팀의 한 축을 차지하는 영국 정보국(MI-6)에서 암약한 이중스파이에 관한 얘기다. 이런 영화를 보면 미·일·중·러를 비롯 이제는 중동 국가와 엮여있는 한반도 문제가 막후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에 눈을 돌리게 된다.

30년전쯤 초중학생은 방첩의식을 높이기 위해 ‘반공방첩’이란 리본을 옷 가슴에 달고 다녔다. 또 존 르 카레 원작 영화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나 알프레드 히치코크가 감독한 영화 ‘톤 거튼’을 단체관람했다. 두 영화 모두 동서냉전의 상징인 동독의 철의 장막을 넘나드는 스토리다.

한반도는 위도 38도에 걸쳐있는 긴 철책선을 철거하지 못하고 있고 두만강과 압록강 국경에서는 탈출과 그것을 막는 총성이 그치지 않는다. 지난주에는 러시아 전략 폭격기가 동해를 스쳐가 일본에서는 난리가 났다.

한반도는 지구상 가장 예민한 곳이다. 방첩의식이 필요한 때지만 우리는 요즘 퍽 덤덤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첩보전은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례가 있다.

2004년 세계 유수의 정보기관은 탈북자 한 사람을 찾는데 혈안이 됐다. 북한의 미생물학자인 리채우 박사였다. 리 박사는 평안남도 석암리에 위치한 가장 비밀스런 연구의 책임자로 있다가 탈북했다. 이 연구소는 과거 소련의 정보기관 KGB가 처음 구상한 인간 DNA를 활용한 인종폭탄을 연구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미국의 CIA, 영국의 MI-6, 중국의 CIS 등 여러 정보기관이 촉각을 세웠다. 13억 인구속에 스며든 리 박사의 행방은 묘연했다.

모사드를 연구한 ‘기드온의 스파이’란 책에 소개된 사건이다. 이 책은 아래와 같은 놀라운 사건도 소개한다. 2007년9월3일 1천700t급 화물선 한척이 시리아의 항구에 입항했다. 태극기가 달려있었고 선미에는 알 하메드란 선명이 적혔다. 그러나 그 배는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남포항에서 출발해 황해와 인도양을 거친 긴 항적이 포착됐다. 국기는 바꿔달았고 선미의 국적명을 표기한 자리에는 페인트를 새로 칠한 흔적이 드러났다.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아사드 대통령은 현재 반정부시위를 유혈진압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고있다)이 북한과 위험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는 각국 정보기관은 하역된 물질이 무엇인지 간파했다. 원자탄용 플루토늄이었다.

그로부터 며칠뒤 이스라엘의 신예전투기 F-151기가 두꺼운 벙커를 폭파할수 있는 폭탄을 싣고 출격해 시리아 다마스쿠스 인근의 핵무기단지를 단숨에 폭격했다.

이 작전은 이듬해 1월 이스라엘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이 특별 보고를 받을 만큼 중요했다.

이 작전은 그보다 4년전으로 거슬러간다. 2004년 4월22일 남포로 향하던 북한 화물열차가 폭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화물칸 옆 객차에 12명의 시리아 과학자가 타고 있었다. 핵분열물질을 인수받으려고 북한을 방문하던 중이었다. 과학자들은 전원 사망했고 후에 납으로 싼 관에 담겨져 시리아로 후송됐다. 화물차가 폭파된 지역은 즉시 봉쇄됐고 북한 병사들이 오염방지복을 입고 잔해를 정리했다. 이 사고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 발생한 이런 사건들을 보면 한반도가 첩보전의 중심이 된 것을 알수 있다. 그래서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관심있게 볼만하다. ‘땜쟁이 재봉사 군인 정보원’으로 번역되는 이 영화 제목은 우리말로 치면 ‘한놈 두식이 석삼 너구리…’란 뜻이다.

영화 구성은 난해하다. 한 순간 화면에서 눈을 떼면 실마리를 잃는다. 등장하는 인물이 던지는 한번의 눈길이나 사진 한 장을 놓쳐도 줄거리를 놓친다. 지각을 이처럼 몰입시키는 영화도 드물다. 복잡하고 예민한 한반도 주변 정세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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