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의 도덕성
가진 자의 도덕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4.29 2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의 재산은 자산 일부를 제외하고도 평균 35억여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도 얼마 전 ‘청와대가 부자들의 집단’이란 인상을 풍기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한 바 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한 사람도 부동산 문제와 관련돼 최근에 사퇴했다.

항간에 떠도는 ‘이명박 시리즈’ 주 개요는 부동산과 관련된 딜레마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지난해 대선을 통해 현 정권을 출범시킨 지지자들 상당수는 당시부터 현재의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좌파 정권 동안 국민의 상당수는 자본주의의 장점을 향수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 뒤집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향후 그들이 선택한 결과보다 우선 순위에 뒀었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향후 생길 수 있는 재산 스캔들 정도는 ‘강 건너 불 보듯’할 각오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취임한 뒤 2개월이 지나면서 그들의 선택에 대한 수군거림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일기 시작했다. ‘돈 많은 것도 죄가 되느냐’면서 현 대통령을 뽑았던 사람들이 상황의 종류가 달라졌음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가진 자는 가진 자와, 강자는 강자와 함께」라는 평범한 인간사를 인식하고서 국민들은 절망감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가진 자가 거부당하는 첫번째 이유는 그들의 오만함 때문이다. 인간은 필요한 것 이상을 가졌을 때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나눠주기 보다 능력을 과시하며 더 소유하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잉여 재산을 자신의 신분상승과 연결시키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속성도 가지고 있다. 재산을 자기과시 수단으로 삼을 때 필요한 것이 절제와 겸손이지만 이를 갖추지 못한 인간은 결국 오만함만 배우고 만다. 오만함에 충실한 사람은 자신만의 영역 속에서 조용히 혼자 살아가는 것이 본인을 위해 좋다. 여러 사람을 위한 자리에 잠시 머문다 해도 타인들의 반발에 부딪쳐 조직 전체를 와해시키는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신보다 이웃에게 폐해를 끼치는 암적 요소가 ‘거짓’이다 욕심, 오만, 이기심 등은 자신에게 먼저 해를 끼치고 타인에게로 넘어 가지만 가식은 상대에게 우선적으로 폐해를 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재산 증식수단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다든지 주식, 펀드 등에 부당하게 투자하다가 실패하면 자신의 재산 상실로 끝나지만 사기, 사취 등 범죄행위는 상대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이 그 한 예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가진 자들이 더 많은 거짓을 말 할 수밖에 없도록 세상이 구조돼 있다는 점이다. 지금껏 과시했던 능력과 권위를 유지키 위해 적당한 위조, 조작엔 죄의식을 느끼지 않은 사회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라야 가진 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번 내뱉는 거짓은 ‘거짓을 보호키 위해 거짓’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며 그들을 철면피 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학력, 경력 위조가 그 것이고 이를 두둔키 위해 저질렀던 거짓은 끝내 기만으로까지 이어짐을 익히 봐 와서 안다.

현 정부가 들어서 2개월여 지난 지금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가 함께 어우러질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전번 정부는 이 두 가지를 다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가 허물어지고 말았다.

/ 정종식 논설위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