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상 건립과 반구동 항만유적
고래상 건립과 반구동 항만유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2.0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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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KTX 울산역 앞에 고래가 뛰어오르는 조형물을 세웠다. 그 시점 KBS는 역사스페셜에서 중구 반구동의 고대 울산항 유적을 소개했다. 둘다 울산 산업사의 증거품이기에 의미가 깊다.

이 두 사안을 보면 현재의 기념물은 거창하게 조성하지만, 과거의 기념물은 방치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미래 100년을 기약하는 기념물은 만들면서, 과거 1천년전의 역사를 기념할 문화재는 방치한다.

‘회귀 그리고 비상’이란 제목의 고래상 설치와 ‘천년의 비밀, 신라무역항의 수수께끼’란 제목의 역사스페셜은 오늘의 울산 문화정신을 볼수 있는 상징처럼 보인다.

고래 조형물은 공업센터 지정 50주년을 기념해서 만들었다. 이 시대의 문화수준이 응집된 것이라 볼수 있다. 가령 조형물 재료인 티타늄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재질 가운데 가장 견고하고, 부식에 잘 견디며, 표면이 아름답다. 또 조형 개념은 지금 우리가 희구하는 환경복원과 산업성장을 담으려고 했다.

마치 청동기시대인이 당시 최고의 재료인 청동으로 최상의 가치인 음식을 조리하는 솥(鼎)을 만들어 상징물로 사용한 것과 같고, 철기시대인이 판장쇠를 만들거나 신라인이 큰 불상을 만든 것과 비슷하다.

그 그릇과 판장쇠들은 지금 박물관이 전시하거나 보존하고 있다. 박물관이 그런 기물들을 보존하는 것은 한 시대의 문화사를 증명할 중요한 기념물로 보기 때문이다. 티타늄으로 만든 고래 조형물도 백년이나 천년이 지나 한 시대의 문화사를 증명할 문화재가 될수 있다.

그렇다면 동천강과 태화강이 합류하는 중구 반구동에서 발굴된 고대 울산항 유적은 무엇인가?

KBS 역사스페셜 제작팀이 여러 학자와 자료를 검토해 보여준 신라 최대 무역항의 흔적은 지워버려도 되는 것인가?

이런 질문은 오랜 세월이 흐른뒤 2012년 울산인이 만들었던 티타늄 소재 고래 조형물의 의미를 파악하지 않고 폐기처분해도 되느냐는 가상질문과 닿는다.

역사스페셜은 반구동 유적이 달천철장과 긴밀하고, 신라의 부흥과 밀접했음을 보여줬다. 당시로는 최고의 산업인 제철과 공예품이 고 울산항을 통해 교역된 것을 보여줬다. 마치 고래상을 KTX 울산역에 설치하고 울산발전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것과 비슷하다. 고 울산항에서 발굴된 목책이나 기둥 기초석은 오랜 세월뒤 울산역 부지에 설치된 고래상의 각종 부재와 같다.

어떤 이는 “그것이 항만시설이면 어쩌자는 것이냐, 그 부지를 사들여 복원하는데 세금을 꼭 써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에 대한 답은 유럽의 고대 항만 기초석이 바다에서 건져지면 세계적 이목을 끈다. 문헌이나 전설로 내려오던 내용을 증명하는 문화사적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또 경남 김해시의 경우 해안에서 수십 km 내륙에서 발견된 고대 항구시설을 복원해두고 있다.

고대 울산항에서 확인되는 요소들은 울산의 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정체성을 밝히는데 도움을 줄수 있다. 울산의 최초 직할 통치자 박윤웅의 역할과 계변성의 존재를 밝힐수 있다. 경주 괘릉의 서역인상이 거기에 있는 이유를 밝혀주며, 우리가 아랍과 어떻게 교류해야 하는지 비춰줄수 있다. 또 달천철장에서 발견된 일본의 야요이 토기를 통해 제철문화의 연원을 밝히고 울산의 산업사의 저력을 알수 있다. 고 울산항은 천년이 넘은 항구요, 달천철장은 천년 이상 지속된 광산이다.

반구동 유적은 이 일대 의미있는 유적이 있었으나 초기에 많이 제거돼 아쉬움을 주고있다. 가령 20년전만 해도 반구서원이 있던 언덕에 키 큰 소나무가 이정표 역할을 했으나 서원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부지로 내주고 말았다. 또 동아대학팀이 이 일대에서 오랜 토성 흔적을 찾아냈으나 이마저 흔적이 없다. 항만유적지는 이제 마지막 남은 땅이다. 아파트 를 지으려다 경기가 나빠져 방치하고 있다.

울산시에서는 이 부지에 대해 별다른 보존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당시 이 용지의 활용과 관련, 울산시 건축위원이었던 울산대 한삼건 교수가 문화재 부분에 유의할 것을 요구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한 교수는 이번 역사스페셜에 등장하며 말없이 유적의 가치를 대변했다.

반구동 항만유적에 대한 시민들의 깊은 관심과 문화재 당국의 인식전환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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