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탑은 탑이 아니다
번영탑은 탑이 아니다
  • 양희은 기자
  • 승인 2012.02.0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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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공업센터 조성 50주년 기념 상징물인 ‘회귀, 그리고 비상’의 제막식이 있었다.

울산시는 제막식에 하루 앞선 2일 이 상징물을 ‘번영탑’이라 이름 붙였다. 공업탑의 정신을 이어받아 울산의 새로운 100년의 도약과 번영을 염원하는 뜻을 담아 ‘번영탑’이란 명칭을 확정했다고 시는 밝혔다.

하지만 3일 열린 제막식에 모습을 드러낸 상징물에서는 탑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탑은 여러 층으로 쌓거나 높고 뾰족하게 세운 건축물을 말한다. 또 좌우 대칭성을 지닌다.

탑의 어원은 불교 건축물인 탑파(塔婆)에서 왔다. 고대 인도어인 범어의 스투파(Stupa)와 팔리어의 투우파(Thupa)가 중국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소리 나는 대로 적게 되면서 중국식 발음인 솔도파(率堵婆)와 탑파(塔婆)라고 표기하게 됐고, 이를 중국인들은 줄여 탑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인도에서 스투파는 본래 ‘쌓아올린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었다.

울산시가 공업탑의 정신을 이어받아 탑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이해할만 하지만 ‘회귀, 그리고 비상’은 탑의 원형에서 많이 벗어난 조형이다.

경주의 사찰마다 위치해 있는 탑도 이런 형태를 한 것이 없다. 또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떠올려 보면 그 형태가 쉽게 비교된다.

‘회귀, 그리고 비상’은 ‘탑’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상’에 적합한 조형물이다.

울산시는 이 명칭을 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했다고 했다. 행사를 앞두고 서둘렀다는 생각이 든다. 시는 이 조형물의 제작과정을 시민에게 알리려는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고 애써 공개하지 않았다. 제막식 때 멋지게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계획이었다. 그 결과 명칭도 그렇지만, 조형물 내부에 설치된 각종 전기시설이 눈에 훤히 드러나 보이는 것도 조형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울산시가 이 조형물의 명칭을 정하기에 앞서 시민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더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양희은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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