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東)일본 대지진과 자연의 맹위
동(東)일본 대지진과 자연의 맹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2.0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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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11일 오후의 일이었다. 스쿨버스 기사들이 버스에 시동을 걸고, 소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을 버스에 태워 하교 지도를 하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학교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가늘게 떨리는 그런 것이 아니라, 마치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땅이 물결치는 길고 큰 흔들림이었다. 바로 동일본대지진의 시작이었다.

평소 지진에 대한 경험이 많은 교직원들은 재빨리 학생들을 대피시켰고, 나도 운동장으로 뛰어나왔다. 곧 여진이 이어졌고, 땅의 흔들림은 매우 길게 지속되었다. 어느 교직원이 흥분하며 말했다. “고베(神戶)대지진 때도 이러지는 않았습니다. 어디선가 대지진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진원지는 이곳 오사카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일본 동북지방 태평양 바다였다는 소식이 곧 전해졌다.

그날 저녁 뉴스를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일본 관측사상 최대인 규모 9.0의 대지진에 의해 유발된 쓰나미가 일본 동북지방 연안을 차례로 엄습한 것이었다. 그 쓰나미는 동북지방의 해안 도시들을 차례로 덮치고, 행방불명을 포함해 약 2만 명의 사망자를 낸 대참사를 초래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최대 파고 40m가 넘는 대쓰나미는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를 타격하여, 모든 전원을 잃은 발전소는 원자로의 냉각이 되지 않아 대량의 방사능물질이 누출되는 중대한 원자력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수십 만 명의 시민들이 피난생활을 하고 있으며, 광범한 지역에 확산된 방사능물질을 제거하고 파괴된 원자로를 폐로하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경상수지가 수십 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도 이번 대지진의 영향이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이번 동일본대지진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 있다.

첫째, 지진 화산 쓰나미 등 자연의 맹위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지진학자들은 일본열도 구석구석에 관측망을 설치하고 대지진에 앞서 반드시 전조현상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은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둘째, 자연의 맹위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해안에는 최대 20m 정도의 쓰나미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도시를 정비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한 주요시설들을 건설했다. 지질학자들은 과거에 이번보다 더 큰 규모의 쓰나미가 같은 장소에 엄습해 왔었다는 사실을 주장해왔지만 무시되었다. 약 1,000년 주기로 발생한 대쓰나미의 흔적이 과거의 지층에 명백히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 댓가는 너무나 컸다.

셋째,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자연은 인류에게 은혜를 배풀었지만, 그 반면에 언제든지 파멸을 초래할 위력을 잠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곳도 과거 자연의 맹위가 쓸고 간 바로 그 한가운데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단지 운이 좋은 시기에 운이 좋은 장소에 살고있을 뿐이다. 이번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어떤지, 한번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자연 재해를 극복해 왔던 나라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잊지 않는 시민의식에 감동하고 있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또한 일본은 지금까지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 어느 선진국보다 많은 도움을 준 나라이며, 앞으로도 우리나라와 협력해 나가야 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피해지역이 하루 빨리 복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소원주 교장은 부산대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교원대 대학원 지구과학과를 졸업한 교육학 박사다.

울산에서 오랫동안 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현재 울산광역시교육청 장학관이다.

2010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해 일본 오사카에 있는 재외한국학교인 학교법인 금강학원 교장으로 파견근무 중이다. 지난해 자연과학분야 백상출판대상을 받은 ‘백두산대폭발의 비밀’의 저자다.

재직하고 있는 학교법인 금강학원은 일본 오사카에 있는 재일동포들에 의해 설립된 소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본국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해 해외에 인가된 최초의 한국학교이자, 일본 오사카부(府)에 의해 인가된 정규 사립학교이기도 하다.

소원주

오사카 금강학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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