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특성화고 실습생은 문제없나
울산 특성화고 실습생은 문제없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2.0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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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이 과로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 학생은 정규직 사원들도 기피하는 도장작업장에 투입돼 하루 10.5시간씩 주당 52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사고내용을 들어보면 왜 특성화고 학생들이 머리를 싸매고 대학에 가려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번에 쓰러진 학생이 실습하던 곳은 도장작업장이다. 특수 화학물질로 만든 페인트를 자동차에 입히는 곳이다. 뿜어져 나오는 화학성분 때문에 정규직 사원들도 작업을 꺼릴 정도로 근무조건이 열악한 곳이다. 이런 곳에 미성년을 갓 벗어난 18살짜리 고등학생을 집어넣어 현장실습이란 명목으로 하루 10시간 이상씩 일을 시켰으니 근로착취가 따로 없다. 특히 도장작업을 할 때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를 이 학생은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설령 본인이 거부해도 의무적으로 착용시켜야 할 판에 이를 그대로 내버려뒀으니 작업장 규정이란 게 제대로 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럽다.

특성화고 실습생 문제라면 울산도 이런 개연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울산지역 12개 특성화고 고3학생 960명이 전국 400여개 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이들이 실습하는 곳은 대부분 중견·중소업체들이다. 당장 울산고용노동지청이 실태조사에 나선 6개 업체만 해도 자동차·선박부품이나 타이어 등을 만드는 중소업체거나 대기업 사내하청업체다.

기아차 광주공장 같은 대기업 생산현장에서 과로로 인한 뇌출혈 사건이 발생했다면 지역 중소업체에서 실습하는 우리 아이들의 근무여건은 물어 볼 필요도 없다. 모자라는 인력을 이들이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3학년 2학기부터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일부 현장실습 학업과정 때문에 부당한 노동조건을 감수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을 ‘견습생’으로 취급해 최저임금조차 지불치 않는 업체가 있을지도 모른다.

18살짜리 고등학생이 생산현장에서 과로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면 세계무역규모 1조 달러라고 자랑하는 우리네 경제대국 위상은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 향후 국가산업을 떠메고 나가야 할 젊은이들이 사회에 나서기도 전에 착취당하고 쓰러지는 판에 어떻게 경제대국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울산 특성화고 실습생들이 이런 좌절을 겪지 않도록 고용노동지청은 현장근무여건을 일일이 확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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